#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 A씨는 수업과 자습 등을 병행하는 '재수종합학원'에 다니고 있다. 한 달에 교재비만 70~1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경제적 부담에 '무료 나눔'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교재를 가진 사람이 PDF 파일로 만들어 온라인에서 공유하는 식이다. A는 "주변 친구 대부분이 공유방을 많이 활용한다"며 "지역에 사는 친구들은 자료 접근성이 떨어져 공유방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2.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다니는 박모(22)씨도 지난해 수능을 준비할 때 한 달에 40~100만원까지 교재비가 들었다고 했다. 박씨는 "대치동 내에서 공유방을 모르는 학생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저도 고등학교 친구에게 링크를 공유받았다"고 말했다. 공유방에서는 현장 강의를 다녀야만 얻을 수 있는 자료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돈이 없거나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위해 파일은 무료로 제공됐다.
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유명 공유방인 '유빈아카이브' 핵심 운영자가 지난달 12일 검거됐지만 여전히 '유빈아카이브 MPGA(Make PDFRoom Greate Again)' '유빈아카이브 season 4' 등 새롭게 생겨난 공유방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능 교재를 복제하고 공유하는 방이 성행하고 있으나 현행법상 불법이라 이용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빈아카이브는 지난 2023년 7월부터 수능 등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대형 학원 등의 유료 교재, 모의고사 자료, 로스쿨 교재 등 고가의 학습 자료를 불법으로 복제·공유해왔다. 약 33만명의 참여자에게 학습교재 1만6000여건을 불법으로 공유해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빈아카이브 MPGA'와 '유빈아카이브 season 4'의 전날 기준 각 구독자 수는 10만3000여명, 6만3000여명이었다. 공유된 자료 수는 문제지, 해설지 등을 포함해 각 9533개, 5846개였다.
◆구하기 어렵거나 비싼 자료…"공신력 있는 문제 풀고 싶어"
학생들이 이러한 공유방을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특정 수업을 들어야만 받을 수 있는 자료들 때문이다.
한 학원의 경우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자료와 학원 수강생만 구매할 수 있는 자료가 달랐다. 수강 희망자가 많은 유명 강사 자료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유방에서는 현장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이 직접 자료를 '제보'하거나 '이모 강사 자료가 있으면 보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빈아카이브' 핵심 운영자는 검거 전에 익명 처리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오직 학습 교재 불법 공유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의로운 행위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뒤이어 생긴 '유빈아카이브MPGA' 역시 '교육 격차 해소를 목적으로 운영된다'고 밝혔다.
온오프라인에서 구매가 가능한 교재여도 가격이 높은 경우 공유방에서 이를 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제적 부담이 수험생을 불법 공유방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수능을 준비하며 공유방을 자주 이용했다는 송모(20)씨는 "시중에 나오는 교재는 거의 다 거기서 나온다"며 "더 질이 좋고 공신력 있는 문제지를 풀기 위해 다른 학원 자료를 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이용하는 인터넷 강의조차도 '패스권(일정 기간 무제한 수강이 가능한 이용권)'과 교재비를 포함하면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 수능까지 43일 남은 1일 기준으로, 한 유명 수학 강사의 수업을 수강하려고 하자 패스권과 교재비를 합해 최소 69만5500원, 최대 116만6500원이 들었다.
◆이용자도 처벌 가능성은 있어…"법이 속도를 못 따라가"
전문가들은 업로드뿐만 아니라 다운로드 역시 불법이라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봤다.
박애란 한국저작권위원회 변호사는 "온라인에 올리면 전송이고 그걸 내려받으면 복제"라며 "다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다만 전송·복제 행위의 목적과 이용 방법,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따라 면책 조항인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나 '공정 이용'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검거된 유빈아카이브 핵심 운영자는 자신의 행위가 위법함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유료 공유방을 만들어 수익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저작권 침해는 명백하다"면서 "강도 낮은 저작권 교육에서 비롯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공유방이 주로 '떴다방' 식으로 외국계 기업이 운영하는 SNS에서 운영된다는 점을 짚으며 "법에 규정이 돼 있지만 법이 그 속도를 못 쫓아가는 것"이라 했다.
그는 ▲조금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저작권법 개정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사법경찰을 증원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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