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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최근 대전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현재 한미 정부가 논의 중인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의와 관련해 이 같은 기대감을 전했다.
한국은 20여 기의 원전 운영에 필요한 핵연료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 중 30%를 러시아(로사톰)로부터 들여왔는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 여파로 수급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이다. 우라늄 광물 자체는 50여 개국에서 나오지만, 이를 농축해 실제 핵연료로 만드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의 일부 기업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러시아는 전쟁 이전까지 세계 핵연료 시장의 40%를 점유했고 한국 역시 연간 수입량 약 600톤(t) 중 약 3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는데, 그 가격이 5배까지 치솟은 것은 물론 아예 수입이 막힐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2028년부터 전면 차단키로 한 바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미국 핵연료 기업 센트루스와 공급물량 확대 계약을 맺은 것도 이 같은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애초에 연구용 목적 이외에는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기에 수입처 다변화 외에 다른 핵연료 공급 안정화 방안이 없다.
이 학회장은 “미국의 영향을 받는 한국도 러시아로부터 핵연료를 사오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며 “미국만 (협정 개정에) 동의해준다면 우리도 수입처 다변화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농축 시설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의 농축·재처리 허용 범위가 넓어지는 방향으로 한미 원자력협정이 개정되면 한국은 직접 우라늄을 농축하는 방식으로 핵연료 공급을 안정화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직접 우라늄 농축 공장을 지어 운영하거나, 미국 내 공장에 지분을 투자해 이곳에서 생산한 농축 우라늄을 공유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는 “미국의 관심사는 핵 비확산”이라며 “한국이 직접 운영하는 게 어렵다면 미국 측의 모든 사찰·감시를 수용한다는 전제로 국내에 블랙박스 형태의 공장을 짓고 이곳에서 만든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라늄 농축 권한을 확대한다면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의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기존 대형 원전은 3~5%의 저농축 우라늄(LEU)을 연료로 사용하지만, SMR은 효율 극대화를 위해 5~20%의 고농축 우라늄(HALEU)을 사용한다. 그만큼 우라늄 농축 기술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이 학회장은 “농축 시장은 앞으로 더 커질 거고 우리는 원활한 조달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SMR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국회엔 황정아 의원과 허성무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최형두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SMR 특별법이 논의 중이다. SMR 정책 추진 일관성을 보장하고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 학회장은 “원자력 산업은 건설에서 해체까지 100년이 걸리는 장기산업”이라며 “여야가 그 필요성을 인정해 법안을 발의한 만큼 꼭 통과돼서 정책의 일관성을 보장받고 SMR 건설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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