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셧다운 공방 속 뉴욕 정조준…1800억달러 예산 동결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를 둘러싼 정치 공방 속에 민주당 지도부의 지역구인 뉴욕을 정조준하며 대규모 예산 동결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일(현지시간) 뉴욕의 주요 교통 인프라 사업 지원금 1800억달러를 동결했다. 이는 셧다운을 통해 민주당 핵심 지역을 직접 겨냥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셧다운을 통해 이미 12월까지 약 30만 명이 줄어들 예정인 연방 공무원 인력 감축을 확대할 수 있다고 위협했지만, 즉각적인 감원 조치는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 지역을 겨냥한 예산 압박 전술을 강화했다. 백악관은 뉴욕 출신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핫도그 복장으로 합성한 이미지를 게시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그는 국민을 인질로 삼아 나라 전체에 고통을 주며 협박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1981년 이후 15번째로 발생한 연방정부 셧다운은 과학 연구, 금융 감독, 환경 정화 사업 등 광범위한 정부 기능을 마비시켰다. 약 75만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근무 정지 명령을 받았으며, 군인과 국경순찰대 등 일부는 무급 근무를 이어가야 한다. 보훈부는 국립묘지 안장은 진행하되 묘비 설치와 잔디 관리 등은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방 상원은 이날도 단기 지출 법안 표결에서 합의에 실패했다. 공화당은 11월 21일까지 정부 운영 자금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안을 내놨으나 부결됐고, 민주당은 추가 의료 혜택을 포함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역시 부결됐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 구조다. 예산안이 통과하려면 전체 의석수의 5분의 3인 60표가 필요하다. 공화당은 민주당 최소 7명의 협조 없이는 법안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표결 직후 초당파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출구 전략을 논의했다.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은 “대통령이 연방 서비스와 직원들에 대한 삭감을 멈춘다면 협상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정부 기관은 공식 웹사이트에 “급진 좌파 때문에 셧다운이 발생했다”는 문구를 올려, 정파적 중립을 규정한 해치법 위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양측이 쉽게 합의가 어려운 것은 양당 모두 내년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대 책임론을 제기하며 유불리 계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워싱턴 권력을 쥔 공화당의 책임”이라고 비판했고, 공화당은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반대를 위해 평소 지지하던 예산안까지 거부했다”고 맞섰다.

공화당은 또 민주당 안이 “불법 이민자에게 의료 혜택을 준다”고 주장했지만, 의회예산국(CBO)은 이는 허위라며 “망명 신청자, 취업비자 소지자 등 합법 체류자 일부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지층의 압박 속에 의료 보조금 확대를 주요 협상 카드로 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 서명 이후에도 이를 무력화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의회 승인 지출안도 무시한 전례가 있어, 민주당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