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시장에서는 미국이 인위적인 원화 절상을 직접 압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이번 합의문에 관련 내용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교역국들의 자국 화폐 가치를 낮추는 환율정책이 없어야 하는데 미국은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이를 관철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선 이번 투명성 강화 방안이 외환당국의 환율 관리 여력 위축으로 이어져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는 그 자체로 환율 수준을 조정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타이밍과 방식에 따라 시장에 상당한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측은 "협의 과정에서 인위적인 절상 요구는 없었다"면서 "한국의 외환정책은 이미 양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외환당국은 환율이 급변동할 때 달러를 매도하거나 매수해 환율 변동 속도를 조절하는 '스무딩오퍼레이션' 개입에 나서고 있으며 개입 내역을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다. 우리 외환당국은 지난해 3분기 1억9200억 달러를 순매수했으며, 이를 제외하면 1분기 18억1500만 달러, 2분기 57억9600만 달러, 4분기 37억5500만 달러, 올해 1분기 29억6000만 달러, 2분기 7억9700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월 단위로 공개되면 정부가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 리스크가 잠재한다고 볼 순 있다"면서도 "지금은 환율이 오르는 상황인 만큼 최근 이뤄지는 달러 매도 개입은 미국도 원하는 방향이어서 이번 조치 자체를 리스크로 보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상을 환율관찰국에서 빠지는 계기가 될 걸로 보면 외환시장에 긍정적으로 영향은 미칠 수 있겠지만 현재 외환시장은 관세 협상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 밴드를 1380~1430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민경원 연구원도 "월 단위 공개가 지금 현 상황에서는 구조적인 수급 변화로 이어져 원화 강세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쉽지 않다"며 "지금은 내려갈 만한 요인이 뚜렷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교착 상태에 빠진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에 대한 타결점을 찾지 못하면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안정을 찾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이번 환율 협상으로 우리 정부가 요구한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 기대감이 더 높아진 상황으로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가 외환시장 안정의 관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18년 분기별 외환거래내역 공개 발표 당시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 이벤트는 일시적으로 두드러진 원화 강세 효과가 있었으나 그 효과는 장기간 지속되지 않았다"며 "통화스와프 체결에 환시는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외환당국의 시장안정조치 내역 공개가 본격화하면 환율 쏠림현상 억제 등 금융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 기능이 이전에 비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