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대구)=신희재 기자 | 지난달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경기 중 모처럼 학교 종소리와 함께 그룹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가 울려 퍼졌다. 둘 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투수 오승환(43)을 상징하는 배경음이다.
대한민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오승환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지난 8월 은퇴를 선언한 오승환은 한 달 반 동안 은퇴 투어를 진행한 뒤 KIA 타이거즈와 정규시즌 홈 최종전(5-0 승) 직후 은퇴식을 치렀다.
오승환은 본 경기에서 특별 엔트리를 통해 약 3개월 만에 등판 기회를 잡았다. 오승환의 출전 여부가 관심을 끈 가운데 경기 전 현장에서 강조된 단어는 ‘예우’였다. '전설' 오승환을 위해 박진만 삼성 감독은 "출전할 경우 9회 등판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삼성 시절 동료였던 최형우를 레전드 예우 차원에서 대타로 기용할 것이라 예고했다.
두 사령탑은 이를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홈팀 삼성이 5-0으로 앞선 가운데 8회 말이 끝나자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을 호출한 뒤 직접 마운드에 올라와 공을 건넸다. 이범호 감독 또한 대타 최형우를 내보내 최형우가 헬멧을 벗고 90도로 인사할 수 있게 도왔다. 오승환은 최형우를 4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오승환은 두 감독과 최형우 외에도 수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았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2만3933명 관중 대다수는 오승환 유니폼과 관련 굿즈를 착용하고 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불펜 후배들은 오승환이 등판을 위해 좌측 담장 밖으로 뛰어나올 때 함께 따라 나와 양옆으로 도열해 박수를 친 뒤 폴더 인사했다. 최형우를 삼진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올 땐 포수 강민호, 내야수 4명 그리고 더그아웃에 있는 후배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오승환을 향한 응원이 쏟아졌다. 이날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을 비롯해 프로야구 전성기를 이끈 1982년생 동갑내기들은 모두 대구로 모여 오승환을 격려하고 함께 기념 촬영했다. 다르빗슈 유, 야디에르 몰리나 등 오승환과 인연이 있는 세계적인 선수들도 영상 편지로 헌사를 보냈다. 오승환은 "여러분의 응원 속에서 살아온 시간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었다"며 고마워했다.
야구선수 중 작은 체구(178cm)에 대졸 출신으로 부상 이력을 지닌 오승환은 프로에서 21시즌을 버티며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라는 눈부신 성과를 남겼다. KBO리그 통산 기록은 738경기 44승 33패 19홀드 427세이브 평균자책점 2.32(803⅔이닝 207자책)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부침을 겪었지만, 구단 최초 투수 영구결번(21)으로 선정되는 데 모자람이 없는 성적이었다.
오승환은 은퇴사에서 "어떤 이는 박수 칠 때 떠나라고 말하지만, 나는 끝까지 박수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며 "내가 걸어온 길에 후회는 없다. 공 하나에 내 모든 것을 다해 끝까지 던지는 모습을 후배들과 내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덕분에 후회 없이 던졌고, 후회 없이 떠난다"며 자신의 인생관을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삼성 팬들은 오승환의 활약을 떠올리며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가족 단위로 현장을 찾은 30대 여성 팬은 "삼성이 항상 2위만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오승환이 (2005년) 데뷔한 뒤 바로 우승하고 계속 왕조 시절을 지냈다. 왕조 중심에 오승환이 있었고, 오승환이 없었다면 삼성의 전성기도 없었을 거로 생각한다"며 "한 시대를 같이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40대 남성 팬은 "아직도 오승환의 은퇴가 실감이 안 난다. 마지막까지 같이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나중에 코치로 와서 후배들을 양성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남들보다 늦게 프로에 들어왔지만, 누구보다 오랜 세월을 버티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한국 야구 마무리의 대명사가 된 오승환은 많은 후배들이 꿈꾸는 은퇴식과 함께 화려했던 경력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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