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김소월 ‘진달래꽃’ 100주년, 시와 노래로 되살아난 시혼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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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N] 김소월 ‘진달래꽃’ 100주년, 시와 노래로 되살아난 시혼의 밤

뉴스컬처 2025-10-01 14:46: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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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1925년, 한 청년 시인이 '개벽' 지에 '시혼(詩魂)'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시는 소리의 예술이며, 그 소리에는 혼이 깃들어야 한한다는 청년 시인의 주장은 지금도 낭만적으로 들린다. 그는 시를 '음영(音影)'의 예술로 보았다. '음'은 노래이고, '영'은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시인의 감정이었다. 시는 결국 삶의 정서를 노래처럼 흘러가게 하는 예술이라는 믿음. 그 믿음의 중심에 김소월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2025년. '진달래꽃'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생전에 김소월이 남긴 유일한 시집, 그러나 단 한 권만으로 한국 현대시의 정수를 이룬 작품. 2023년에는 한국 현대문학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문화재로 등재되며, 시집은 이제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선 '살아 있는 유산'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김소월의 시를 사랑하고, 또 부른다.

'노래로 꽃 피운 소월의 시혼'. 사진=성동문화재단
'노래로 꽃 피운 소월의 시혼'. 사진=성동문화재단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성동문화재단의 무대 '노래로 꽃피운 소월의 시혼'은 시를 추억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김소월의 시를 통해 오늘의 감정을 다시 듣고, 오늘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다. 공연이 열리는 장소도 특별하다. 소월이 왕십리에서 하숙하며 시를 썼던 그 지역, 그의 이름을 딴 소월아트홀에서 시의 혼을 노래한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 기획의식의 산물이다.

무대는 다섯 장면으로 구성된다. 시인의 삶과 시 세계를 문학적으로 풀어내면서, 각각의 장면이 하나의 시편처럼 음악과 결합된다. ‘엄마야 누나야’, ‘초혼’, ‘산유화’, ‘진달래꽃’ 같은 잘 알려진 시는 물론, ‘제비’, ‘첫 치마’, ‘꿈길’ 같은 숨은 진주들도 가곡으로 재탄생해 무대에 오른다. 한 편의 시가 한 편의 노래로 피어날 때, 관객은 단지 감상자가 아니라 그 시의 감정을 통과하는 체험자가 된다.

무대에는 한국 가곡계를 대표하는 성악가들이 함께한다. 한국의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박정원,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단의 주역 테너 정호윤, 메조소프라노 이미란, 소프라노 신효진, 베이스 이찬영. 그들의 목소리는 단순히 시를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김소월이 당대에 감히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깊이를, 지금 우리의 언어로 되살린다. 음악학자 강서희의 해설은 시의 맥락을 짚고, 피아니스트 이지민의 반주는 시와 노래 사이를 잇는 섬세한 다리가 된다.

김소월의 시는 우리 민족의 내면에서 길어 올린 정서의 결정체다. 그리움과 이별, 자연과 고요, 어머니와 고향, 그리고 시대의 쓸쓸함. 그 모든 것이 단아한 시어로 길어 올려졌고, 지금까지도 낭송되고, 외워지고, 불려지고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으로 시작되는 이별의 노래는 지금도 유효하며,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유년의 기억을 부드럽게 일깨운다.

올해, '진달래꽃' 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은 결국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를 살고 있는가. 김소월이 노래한 그 감정의 음영은 여전히 우리 안에 존재하는가. 소월이 말했던 '시혼'은 과연 오늘의 문학과 음악 안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지 문학의 것이 아니라, 삶의 것이다.

오는 10월 15일, 소월아트홀의 무대는 시와 노래, 해설과 감정, 시간과 기억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김소월의 영혼과 다시 마주하는 자리다. 김소월의 시혼은 100년 전에도 지금처럼 생생했고, 100년 후에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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