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일)은 청계천 복원 20주년이다. 2003년 시작된 복원 사업은 단순히 도심 미관 개선을 넘어, 수질 정화와 생태 복원을 내세워 진행됐다. 초기에는 우려도 있었으나 지금은 서울 한복판에서 가장 많은 시민이 찾는 하천으로 자리 잡았다. 중앙일보 보도로 나온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방문객은 4만2000명에 달한다.
하천이 살아나자 생물도 늘어났다. 직선으로 뻗었던 인공 수로에 모래톱이 쌓이면서 물길이 자연스럽게 휘고, 자라난 풀과 나무 사이로 새가 둥지를 트는 모습도 확인됐다. 복원 직후 342종에 불과했던 생물은 2022년 666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식물은 160종에서 492종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국 고유종 민물고기의 귀환이다. 과거 청계천에서는 볼 수 없던 어종이 다시 돌아오면서 수질 회복을 상징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국 토종 물고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1. 깨끗한 물의 지표 ‘쉬리’
쉬리는 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한국에서만 서식한다. 몸길이는 10~15cm 정도이며, 몸은 길고 가늘며 머리가 뾰족하다. 측선은 곧게 뻗고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는 둥근 모양을 띤다.
겉모습은 등 쪽에서 배 쪽으로 이어지는 남색, 보라색, 주황색, 은백색의 세로 띠가 특징이다. 각 지느러미에는 검은 줄무늬가 있어 다른 어종과 쉽게 구별된다.
산란기가 되면 색이 더욱 화려하게 변해 수서곤충을 쫓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알은 4~6월에 산란하며, 자갈 틈이나 큰 돌 아래에 알을 낳는다.
쉬리는 맑고 물살이 빠른 하천의 중상류 여울에 무리를 지어 서식한다. 바닥이 자갈로 된 곳을 좋아하며, 수서곤충과 실지렁이를 먹는다.
청계천에서는 약 6년 전 성체가 처음 관찰됐는데, 올해는 치어가 발견돼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다른 하천에서 떠밀려온 개체가 아니라 청계천 안에서 직접 산란과 부화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2. 여울의 곤충 사냥꾼 ‘참갈겨니’
참갈겨니는 한국 고유종 잉어과 민물고기로, 몸길이는 10~14cm다. 머리가 크고 눈도 두드러지며, 입 주변에는 수염이 없다. 옆줄은 완전하고 몸통 가운데 부분에서 약간 아래쪽으로 오목하게 이어진다. 체측 상단은 청갈색, 복부는 회색을 띠며, 중앙에는 꼬리지느러미까지 이어지는 굵은 청색 띠가 뚜렷하다.
산란기에 접어들면 수컷의 모습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몸 전체가 노란색으로 변하고, 가슴지느러미 전단과 복부 가장자리에 붉은빛이 더해진다. 꼬리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도 노란색으로 물들며, 주둥이와 눈 아래에는 작은 돌기(추성)가 돋아난다. 산란 시기는 5~8월로, 자갈 틈에 알을 낳고 얕은 여울을 드나들며 번식한다.
또 물살이 빠르고 바닥이 자갈로 된 하천 중상류에 서식한다. 여름철에는 상류 계곡까지 거슬러 오르며, 물속 곤충이나 물 위에 떨어지는 곤충을 먹는다.
3. 먹이 따라 정착한 여름철새 ‘중대백로와 해오라기’
청계천은 토종 물고기뿐 아니라 조류의 서식지로도 바뀌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새가 중대백로다. 몸길이가 약 90cm에 이르는 대형 백로류로, 긴 다리와 뾰족한 부리를 이용해 얕은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실제로 청계천 산책 중에도 백로가 한쪽 다리를 살짝 들고 물속을 노리며 천천히 걷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냥감이 눈앞에 나타나면 부리를 날카롭게 찔러 올리는데, 작은 물고기나 개구리, 곤충까지 잡아 삼킨다.
번식기에는 부리가 검게 변하고, 눈 앞부분이 청록색으로 바뀌며, 등에 장식깃이 돋아난다. 번식이 끝나면 부리는 다시 노란색으로 돌아가고 장식깃도 사라진다.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나무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고, 집단 번식하는 특성이 있어 청계천 인근 숲과 하천변 나무에서도 활동이 활발하다.
해오라기는 중대백로보다 크기가 작지만 외모가 더 화려하다. 머리와 목은 검은빛을 띠고, 등은 짙은 녹색이 돌고, 붉은 눈동자와 노란 다리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머리 뒤로 길게 뻗은 흰색 장식깃이 있어 멀리서도 쉽게 구별된다.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새로, 낮에는 숲이나 하천 인근 나무에서 휴식하다가 해가 지면 물가로 내려와 사냥을 시작한다. 먹이는 작은 물고기와 양서류, 곤충류다. 예민한 성격 탓에 숨어서 움직이다가 기회를 노리며, 순간적으로 날렵하게 부리를 찔러 먹이를 낚는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개체 수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점차 늘어나 청계천에서도 꾸준히 관찰되고 있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