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재형 기자] 배달 플랫폼과 점주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상생 협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뚜렷한 해법이 도출되지 못하면서 시장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선 정부의 중재마저도 시장의 선순환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산업 전반을 억누르는 방향으로 변질되는 등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을지로위원회 주재 하에 진행된 ‘배달앱 사회적기구’ 1차 회의를 통해 배달 플랫폼 약관 변경 시 입점 업체 협약 제도화와 마케팅 비용 과도 전가 방지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부와 플랫폼, 자영업자단체가 모두 회의석상에 참여함에 따라 갈등 봉합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상생 논의가 정치적 이해 중심으로 진행되는 등 실질적 개선을 위한 해법 도출에 실패하면서 양 극단의 입장 차를 해소하지 못했다.
앞서 플랫폼 산업이 생활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으면서 점주와 플랫폼 간 갈등은 단순한 민원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정부와 정치권이 직접 개입할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해졌다는 의미다.
국내 배달 플랫폼 시장은 불과 15년 만에 약 3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음식 배달 거래액은 36조9891억원으로 집계됐다.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급격하게 넓어진 시장에는 점주와 라이더,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히며 갈등 조정 필요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상생 협의 테이블이 지속적으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협의 구조가 실질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소모적 대립 구도로 변질되고 있다.
플랫폼 측은 수수료 조정과 상생 요금제, 마케팅 지원 확대 등 일부 조치를 시행했지만, 점주들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았다. 여기에 정부 개입이 오히려 플랫폼 산업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치우치면서 자율적 합의라는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대립 구도만 더욱 악화되는 식으로 갈등 양상이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플랫폼과 점주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양측의 대립이 갈등을 넘어 시장 전반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의 없는 공방이 계속될 경우 소비자 선택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 이는 곧 시장 성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입 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 집단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접근이 균형성을 잃게 만든 최대 원인이라는 지적으로, 플랫폼 산업에 대한 신뢰 약화와 서비스업 전반의 투자 의욕 상실 등 각종 부작용과 위험요소가 정부 개입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갈등 장기화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역시 외면할 수 없다. 플랫폼 기업이 신규 투자와 서비스 확장 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할 경우 업계 내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집단행동이나 서비스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생 논의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규제 수단으로 변질된다면, 산업 불신이 커지고 피해는 결국 소비자와 종사자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에 있을 협의 테이블은 플랫폼과 점주가 자율적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공정한 규칙 마련과 사후 조정에 초점을 두고, 시장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요금제 조정이나 수수료 문제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고, 다층적으로 얽힌 이해관계가 제도와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상생을 내세운 협의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의 일방적 양보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고, 점주 역시 시장 변화에 대응할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갈등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플랫폼과 점주의 거래는 본질적으로 ‘사적 거래’에 해당하는데, 여기에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통해 결과를 내려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배달 플랫폼 시장은 단기간 내 큰 성장을 이룬 만큼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지만, 이를 억누르려는 움직임은 되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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