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⑤ 대법관 증원대안은…상고심사·고법상고부·하급심강화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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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⑤ 대법관 증원대안은…상고심사·고법상고부·하급심강화 논의

연합뉴스 2025-10-01 07:00: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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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명당 상고 사건 평균 3천478건 처리…중요 사건의 심층심리 어려워

역대 대법원장 상고제도 개편 고민…상고 제한·전담기구나 법원 설치 검토

이용훈·양승태 '하급심 강화·상고법원'…김명수 '상고심사제·증원' 연구

"대법 재판받을 기회" vs "고비용 해결·분쟁 조기 종결·하급심 강화 우선"

전국법관대표들, 오늘 대법관 증원론 토론 전국법관대표들, 오늘 대법관 증원론 토론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전국 법관대표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사법개혁' 일환으로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론을 놓고 25일 토론을 벌인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재판제도분과위원회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 법관대표 및 법관들이 참석하는 상고심 제도개선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 안건은 민주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추진 중인 5개 사법개혁 의제 가운데 '대법관 수 증원안'과 '대법관 추천방식 개선안'이다.
사진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9.25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대법관 증원론 핵심 논거는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 부담이다. 대법관 1명이 한 해 동안 처리하는 상고심 건수는 평균 3천건을 웃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상고를 거의 무제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사법부는 그간 상고심사제와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를 비롯해 상고 사건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상고 제도 개편을 고민해왔다.

다만, 이런 방안을 두고는 모든 국민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자리하고 있다. 2025.9.18 saba@yna.co.kr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법원의 상고심 본안사건(선거사건 제외) 처리 건수는 4만1천732건에 이른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1인당 평균 3천478건을 처리했다는 뜻이다.

대법관 1명이 부담해야 하는 사건이 너무 많다 보니 심리나 중요 사건의 심층적 연구와 검토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법원은 일찍이 업무 부담 해소를 위해 1994년 심리불속행 제도를 도입해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 사건에서 상고 이유에 중대한 법령 위반이 없으면 심리를 속행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는 남용되는 상고를 걸러내고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확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심리불속행 사건이라도 주심 대법관이 검토보고서와 기록을 검토해 처리 방향을 결정해야 해 사건 부담 해소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같은 구조는 기본적으로 대법원의 성격과 깊은 관련이 있다.

대법원은 법률심·사후심의 성격을 가진다. 이는 법률 해석 및 법률 적용의 문제를 다룬다는 의미다. 즉 어떤 행위나 사실이 법률상 가치를 갖는지를 따져 심판한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하급심인 1, 2심은 사실문제를 심판 대상으로 삼는다. 어떤 행위나 사실 자체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급심은 특정 행위나 사실의 존재 여부가 증명되는지가 핵심이지만, 대법원 판결은 절차상 위법이 없다면 사실인정 자체에 관해서는 심판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법원 상고 이유는 법률에 규정돼 있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판결의 위법 주장은 상고 이유로 삼을 수 없다. 그럼에도 억울함을 느끼는 당사자 입장에, '삼세판'이라는 말에서 보듯 최고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일단 상고하고 보는 경향은 줄어들지 않았다.

사법부는 그간 상고사건 수를 줄이는 방향을 상고심 적체 해소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미국 연방대법원처럼 상고허가제를 도입하거나 고등법원 상고부 또는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이런 주장의 핵심 근거는 대법원이 근본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사건에 심리를 집중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법적 가치의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펄럭이는 법원기 펄럭이는 법원기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법원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 속에도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25.9.16 nowwego@yna.co.kr

진보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박시환 전 대법관은 퇴임 뒤인 2016년 쓴 논문에서 대법원의 사건 부담이 너무 크고, 대다수 재판이 전원합의체가 아닌 소부 위주로 운영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상고 제한'을 해결책으로 들었다.

박 전 대법관은 당시 "최고법원으로서 수행하는 정책법원의 기능은 다른 기관이나 하급심 법원이 대신할 수 없는, 대법원만이 유일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며, 나라 전체의 기능 중 반드시 있어야 할 필수 불가결한 기능"이라며 "대법원이 제대로 된 재판을 해낼 수 있는 사건 수로 상고를 제한하는 정면대결 방법을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에도 상고 제도 개선을 위해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뤄졌고 대법원이 개최하는 각종 세미나를 통해 당시 사법정책실장 등이 나서 여러 상고 제도 개선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는 국회가 대법관을 20명으로 증원하는 개혁법안을 추진하자 기자들과 만나 "장관급인 대법관 자리를 6명이나 늘려주겠다니 다른 나라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라며 "그렇지만 그게 국민을 위한 일이냐. 상고심 사건이 늘어나면 비싼 전관 변호사를 대고 사법 비용만 늘어난다. 결국 변호사만 좋아질 뿐"이라며 '상고심 제한'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대법원장은 당시 "상고심으로 한풀이를 한다고 하지만 원심이 파기되는 비율은 5%에 불과해 나머지 90% 이상의 사건을 놓고는 국민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만 할 뿐"이라며 "미국 연방대법원도 연간 2만건의 상고가 들어오지만 실제 심리하는 사건은 150~200건에 불과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양승태 대법원은 2014년 대법 청사에서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어 대법원은 정책법원 기능을 맡고, 일반 상고사건은 전담 처리하는 상고법원을 서울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상고법원 설치 관련 공청회 상고법원 설치 관련 공청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승태 대법원장 때 대법원은 '사실심 충실화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논의하기도 했다. 재판 결과에 대한 당사자 승복을 끌어내기 위해 1심부터 경험과 법률지식이 풍부한 경력 15년차 이상의 부장판사를 재판장으로 배치해 상고심까지 올라가는 '수요'를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상고제도개선특별위원회는 2021년 상고심사제 도입과 고법 상고부 설치, 대법관 증원 등 3가지 상고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특위 위원으로 참여한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고심급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적 본질은 '당사자 분쟁 해결'이 아니라 '법의 통일성 보장과 재판의 권위 확보'에 있다"며 상고심사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위는 이 밖에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와 상고심사를 병행하는 안, 대법관 증원안도 제시했고,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이듬해 특위 제안을 반영해 상고심사제 도입과 대법관 증원을 혼합한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여권발 사법개혁에 법관대표들 모인다 여권발 사법개혁에 법관대표들 모인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전국 법관대표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사법개혁' 일환으로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론을 놓고 25일 토론을 벌인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재판제도분과위원회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 법관대표 및 법관들이 참석하는 상고심 제도개선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 안건은 민주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추진 중인 5개 사법개혁 의제 가운데 '대법관 수 증원안'과 '대법관 추천방식 개선안'이다.
사진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9.25 hwayoung7@yna.co.kr

우리나라도 전두환 신군부 집권기인 1981년 상고허가제를 도입한 적이 있지만, 대법원 판결 기회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민주화 이후인 1990년 폐지됐다.

당시 상고허가제를 두고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위헌소송도 제기됐으나 헌재는 1995년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했다고 해서 대법원이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써 관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해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상고심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전국법관대표들, 오늘 대법관 증원론 토론 전국법관대표들, 오늘 대법관 증원론 토론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전국 법관대표들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사법개혁' 일환으로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론을 놓고 25일 토론을 벌인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재판제도분과위원회는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 법관대표 및 법관들이 참석하는 상고심 제도개선 토론회를 연다.
토론회 안건은 민주당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추진 중인 5개 사법개혁 의제 가운데 '대법관 수 증원안'과 '대법관 추천방식 개선안'이다.
사진은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5.9.25 hwayoung7@yna.co.kr

그러나 우리의 경우 여전히 모든 국민이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민정부 시기인 1993년 사법개혁 기구인 사법제도발전위원회가 상고심사제 도입을 건의했으나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재판 편의만을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반발하면서 대안으로 대법관 증원을 강하게 주장했다.

변협은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개혁위원회에서도 고법 상고부 설치 대안을 제시한 사법부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대법관 증원안을 내세웠다.

상고제도개선특위에 참여한 민홍기 변호사는 2021년 토론회에서 "이미 발생한 상고심 재판 수요는 재판 공급을 확대해 해소하는 게 바른길"이라고 제언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고법 상고부 설치 주장에 대해 "상고심은 최종심인데 '최종심이 대법원 말고 또 있다면 상고심 간 충돌은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며 "많은 국민들은 물론이고 법 전문가들한테서도 충분히 공감을 얻지 못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하급심 법원의 심리를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받는 당사자들이 하급심 법원에 대해 갖는 불만이 많기 때문에 상급심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인데, 허가제로 한다면 사법부 불신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상고허가제는) 국민에 대한 서비스 개선이 아닌 순전히 법원 내부의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재판 불복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높다. 그건 하급심 심리가 충실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하급심 법원 심리를 충실히 해서 국민들이 굳이 상고심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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