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후쿠' 김숨 "위안부 피해자들의 악몽 보여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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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쿠' 김숨 "위안부 피해자들의 악몽 보여주는 소설"

연합뉴스 2025-10-01 07:0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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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언어로 위안소 표현…"등장인물 된다고 상상하며 읽어주길"

'간단후쿠' 펴낸 김숨 작가 '간단후쿠' 펴낸 김숨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신작 '간단후쿠'를 출간한 김숨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열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1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간단후쿠'는 일본군 위안소에 있었던 소녀들의 몸에 매일 밤 어떤 악몽이 펼쳐지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독자들도 그 장소, 그 시간으로 가서 소녀의 몸에 들어가 함께 악몽을 경험하며 읽을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김숨(51)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 '간단후쿠'(민음사)로 돌아왔다. 2016년 '한 명'을 시작으로 여러 편의 소설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다뤄왔던 작가는 또 한 번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에 담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만난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첫 소설 '한 명'이 살아 돌아온 피해자가 어떻게 하루를 사는지 다뤘다면, 이번 '간단후쿠'는 위안소가 운영된 장소와 시간을 다뤘다"며 "사실상 '한 명'보다 앞에 놓여야 하는 소설"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작가의 설명처럼 이번 '간단후쿠'는 1930년대 만주 위안소를 배경으로 소녀들의 이야기가 '요코'라 불리는 소녀의 시점에서 서술되어 있다.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가 아니라 피해자가 겪는 일을 독자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끼도록 했다.

인터뷰하는 김숨 작가 인터뷰하는 김숨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신작 '간단후쿠'를 출간한 김숨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1 scape@yna.co.kr

'간단후쿠'에 등장하는 위안소의 소녀들은 모두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낸다. 성격도 사연도 고통을 견디는 방법도 다르지만, 참담한 일을 겪고 있다는 점만큼은 비슷하다.

공장에 일하러 가는 줄 알고 이웃을 따라갔다가 인신매매범에 팔려 온 소녀, 남편이 팔아넘긴 소녀,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떠난 소녀, 누군지 모를 군인의 아이를 가진 소녀.

하지만 소설은 오직 소녀들에게만 연민을 보내지 않는다. 위안소를 찾아오는 군인들조차 매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며 망가지는 처연한 모습으로 그렸다.

작가는 "악은 멀리서 오는 게 아니라 저라는 인간 안에도 악이 있고 언제든 악으로 돌변할 만한 것이 있다고 본다"며 "심지어 스스로 피해자라고 정의하는 사람들조차 어느 순간 가해자로 돌변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는 무지, 무감각, 무사유에서 악이 비롯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소녀들을 팔아넘긴 이들, 위안소를 운영하는 인물도 무사유에서 그런 행동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그런 무사유와 무지에서 오는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독자들이 '간단후쿠'에 등장하는 사람이 된다고 상상하며 읽어주면 좋겠어요. 소녀들뿐 아니라 군인들, 인신매매 업자들, 위안소 운영자, 아내를 팔아넘긴 남편까지 포함해서 독자들이 '내가 이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인터뷰하는 김숨 작가 인터뷰하는 김숨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신작 '간단후쿠'를 출간한 김숨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1 scape@yna.co.kr

"간단후쿠를 입고, 나는 간단후쿠가 된다." 소설의 첫 문장이다. 간단후쿠는 위안소에서 피해자들이 입었던 저질 천으로 만든 단순한 형태의 옷을 부르는 말이다.

박소란 시인은 '간단후쿠'의 추천사에 "첫 문장부터 나는 이 글이 시라는 걸 알았다"며 "한 편의 예리한 시가 불화살처럼 날아와 가슴을 관통했음을 알았다"고 썼다. 시인의 설명처럼 '간단후쿠'에서 김숨은 특유의 시적인 문장으로 인물들의 감정과 처지를 표현했다.

작가는 "제가 소설 쓰기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고 주로 시로 습작을 많이 썼다"며 "나름대로 혼자 익힌 소설 쓰기 방식으로 이뤄진 소설이 '간단후쿠'"라고 설명했다.

또 "여성의 몸에 가해진 폭력을 날것 그대로 표현했다가는 자칫 그 폭력이 소비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계심을 갖고 정제한 표현을 썼다"고 덧붙였다. 신체나 성적 행위를 직접 묘사하기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시적 성격이 더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간단후쿠' 펴낸 김숨 작가 '간단후쿠' 펴낸 김숨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신작 '간단후쿠'를 출간한 김숨 작가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에서 열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1 scape@yna.co.kr

김숨은 누구보다 활발하게 작품을 펴내고 있다. 올해 2월 시각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작 단편소설집 '무지개 눈'을 펴낸 데 이어 단 7개월 만에 '간단후쿠'를 출간했다.

작가는 이에 대해 "특별히 책을 펴내는 속도를 조절하진 않고 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간단후쿠'는 제가 쓰고 넘어가야만 하는 소설이었고 그래야 다음 소설을 돌아보지 않고 쓸 수 있었기 때문에 펴냈다"고 덧붙였다.

'한 명'에 이어 '흐르는 편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등 이미 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로 여러 편의 소설을 펴낸 그에게 이번 '간단후쿠'가 위안부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작품이 될지 물었다.

이에 김숨은 "(위안소가 운영된) 그 장소와 시간으로 가서 이야기하는 소설을 또 쓸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간단후쿠'도 계획해서 쓴 것은 아니라서 사실 앞으로의 일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저는 이 문제에 관심을 계속 가질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쓰게 될 다른 소설들에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 소설 속 인물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96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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