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12·3 내란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 당일과 '룸살롱 접대 의혹'이 제기됐을 때 각각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확인됐다. 불과 석 달 사이 휴대전화를 두 번 교체하면서 휴대전화 교체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통신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분석 내용을 공개하며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청구한 날인 2025년 2월4일 오후 3시 23분에 6년 간 사용하던 삼성 갤럭시 S10을 최신 기종인 S25 울트라로 바꿨다고 밝혔다. 이후 6분 뒤인 3시 29분경 다시 기존 S10으로 돌아갔다가 다음날인 2025년 2월5일 새벽 5시에 S25 울트라로 다시 교체했다.
황 의원 측은 설명자료에서 "이로부터 한 달 뒤인 3월7일, 지 부장판사는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윤석열 씨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이어 3개월 뒤인 5월16일에도 2월과 마찬가지로 '기존 휴대전화→교체 휴대전화→기존 휴대전화→이후 새벽 휴대전화 완전 교체' 방식으로 휴대전화를 변경했다. 휴대전화 교체 이틀 전인 5월14일 지 판사에 대한 '유흥업소 접대' 의혹이 제기됐고 의혹제기 이틀 만에 휴대전화 교체가 이뤄졌다.
지 부장판사는 5월16일 오후 4시 2분에 지난 2월 교체 후 3개월 가량 썼던 갤럭시 S25 울트라를 중국산 휴대전화인 샤오미 레드미노트14로 교체했다. 교체 5분 뒤 다시 기존 S25 울트라로 돌아갔고 이틀 뒤인 5월18일 새벽 5시 19분에 샤오미 레드미노트14로 최종 교체했다.
그는 두 번째 휴대전화 교체 다음 날인 지난 5월19일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 재판 시작 전에 신상 발언 형태로 "삼겹살에 소맥을 마시면서 지내고 있다. 그런 곳에 가서 접대 받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황 의원은 "지귀연 판사가 의혹의 국면마다 휴대전화를, 그것도 새벽에 교체한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사법부가 진상 규명은커녕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동안 핵심 의혹들의 스모킹건이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법조인 "휴대전화 교체시기 오해의 소지 있어, 해명 필요"
지 부장판사에게 제기된 휴대전화 교체 의혹에 대해 손정혜 변호사는 30일 오후
손 변호사는 "휴대전화를 두 번 교체하는 과정 중에 예전 기기에 넣었다 뺐다 하는 것들이 있다. 이렇다 보니 6년이나 핸드폰을 쓴 사람이 단기간 안에 두 번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게 이례적인 것"이라며 "왜 그랬을까 하는 의혹들이 제기된 상황이고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어떻게 바라볼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손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수사가 개시됐을 때 휴대전화를 교체하는 것은 불리한 증거자료를 인멸하거나 숨기기 위해 교체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다만 6년간 사용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고장이 나 교체했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며 "교체했으면 옛날 폰이 있을 텐데 공수처에서 과거 사용한 폰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법원 감사위 "접대의혹, 결론보류…공수처 판단 기다리겠다"
한편 외부 인사들이 참여한 '대법원 감사위원회(감사위)'는 30일 '유흥업소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지 부장판사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면서 징계 판단을 보류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고 알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감사위는 지난 26일 정기회의를 열고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한 결과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 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감사위는 법원공무원의 금품·향응 수수, 공금 횡령 등 직무 관련 주요 비위행위나 성범죄 등 주요 감사 사건의 조사 개시 필요성·조사 방법·결과 및 그 조치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기구로 7명의 위원 중 6명이 외부 인사로 구성된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자체 조사 결과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감사위 회의에 해당 사건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문제가 불거진 업소에 현장 조사를 벌였으나 '룸살롱'으로 볼 수 없다는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지 부장판사와 동석자들 간의 직무 관련성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2023년 8월9일 저녁 서울 강남구 모 업소에서 이 모 변호사, 윤 모 변호사와 함께 문제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해당 업소에서 술이 나오기 전 종업원이 부탁을 받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윤리감사관실은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지 부장판사가 주문한 술 1병이 나온 후 1~2잔 정도를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떠났고 이석 전 여성 종업원이 함께 동석한 바는 없다고 판단했다.
윤리감사관실은 "이 사건 술집 내부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도 위 진술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 부장판사는 당시 1차 자리에서 재판 준비를 이유로 자리를 떠날 의사를 밝혔으나 이 변호사가 '오랜만에 만나 아쉽다'고 제안해 문제가 된 업소를 방문했으며, 윤리감사실은 지 부장판사가 속한 재판부에서 맡던 사건 중 두 변호사가 관여하는 사건이 없다고 봤다.
與 제보내용 공개 "룸살롱 20여회 접대, 대법원이 은폐"
민주당은 대법원 감사위에서 판단을 보류하자 30일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 관련 제보를 추가로 공개했다.
정의찬 원내대표실 정무실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 최초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정 실장은 대법원 감사위원회 심의 결과에 대해 "제보자로부터 받은 제보 내용과 명백히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보자는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지난 수년간 본인이 직접 20여 차례 룸살롱 접대를 했다고 말했다. 지 부장판사가 비용을 지불한 것이 아니라 제보자가 비용을 지불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또 "'1차에서 식사와 술을 마시는 사이' 수준을 넘어 회원제로 운영되는 수백만 원대 비용이 드는 룸살롱 접대임을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하며 이런 제보 내용을 지난 3월8일 새벽 0시 59분쯤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이날은 지 부장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된 지 하루가 지난 날이다.
정 실장에 따르면 제보자와 정 실장은 지난 4월29일 오후 6시경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났다. 제보자는 이 자리에서 "지귀연이 윤석열을 석방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지 판사와 함께 사진 속 룸살롱을 최소 7차례 갔고 현재는 폐업한 다른 룸살롱도 십여 차례 함께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제보자로부터 해당 룸살롱 주소를 전달받은 뒤 제3자를 통해 룸살롱 내부 사진을 촬영했으며, 지난 5월14일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촬영 사진을 공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공수처를 향해 지 부장판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대법원에게는 지 판사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룸살롱 의혹의 당사자이자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구속취소한 지귀연은 더 이상 재판관의 자격이 없다. 즉시 법복을 벗고 공수처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사법부 불신 더 키워"…대법원 결론유보 비판
대법원이 지 부장판사의 유흥주점 접대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을 두고 시민단체가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30일 논평을 통해 "대법원 감사위원회가 발표한 조사결과는 지귀연 부장판사에 게 제기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최종 결론을 공수처의 조사 결과 이후로 미룬 것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기관(공수처)을 핑계로 결론을 내지 않은 것은 법원 내 감사기구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자 내란재판 진행에 제기되는 국민적 의구심을 외면한 처사"라며 "대법원 감사위는 문제의 술자리가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발표했으나 '술 한두 잔만 마시고 이석했다'는 지 부장판사 주장의 사실 여부를 어떠한 증거를 통해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 부장판사는 황당한 논리로 윤석열을 불법적으로 풀어주고 편향된 재판 운영으로 내란 피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며 "대법원이 스스로 재판관의 의혹을 해소하거나 진상을 밝힐 수 없다고 손을 놓은 이상 공수처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해당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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