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민의 그림으로 본 세상] Bottari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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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의 그림으로 본 세상] Bottari②

문화매거진 2025-09-30 18:00: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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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의 그림으로 본 세상] Bottari①에 이어 
 

▲ 김수자, Bottari: The Island / 사진: 김수자 스튜디오 제공
▲ 김수자, Bottari: The Island / 사진: 김수자 스튜디오 제공


[문화매거진=하수민 작가] 이 천으로 싸인 덩어리는 삶에 대한 해답처럼 다가온다. 그것은 나의 세계를 심리적 경계 속에 안전하게 보존하고, 필요할 때면 언제든 들고 옮겨 다닐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하나의 건축물로 보인다. 이 보따리들은 어떠한 파동이 밀려 들어오든 상관없이, 내게 가장 익숙하고 안정적인 세계를 제공해 준다. 불안정함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최소한의 우주를 구축하는 움직임인 거다.

얇고 유연한 천은 타자의 시선이나 충돌로부터 나를 격리하지만,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단한 벽이 외부 세계와 충돌하는 순간 균열이 가거나 부서질 위험을 안고 있다면, 천은 유기적으로 형태를 바꾸며 외부의 힘을 흡수하고 본질을 보존한다. 이런 내밀한 세계는 이불과 옷가지처럼 가장 사적이고 따뜻한 기억들로 채워져 있어, 내가 발을 딛는 모든 곳을 집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이것은 곧 경계 너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는 ‘나’라는 주체를 정의하는 일이다.

어찌보면 작업에 몰두한다는 것은 불확실함과의 고독한 싸움이다. 그렇기에 불안감과 압박감은 내부에서 비롯되지만, 그 압박의 근원은 늘 외부의 시선에 있다고 여겨왔다. 내가 좁은 공간을 피난처로 삼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숨겨진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굳게 닫힌 공간을 찾아 헤맸다. 그것은 일종의 도피처였다. 그러나 도피처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결국 나는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 닫힌 공간이 세상을 거부하는 행위였다면, 이 천으로 싸인 세계는 세상을 받아들이되 나를 지키는 주체적인 선택이다.

이 작은 보따리를 통해 나는 깨닫는다. 경계는 반드시 사면이 막힌 견고한 벽일 필요가 없다. 호흡하듯 일렁이는 장막으로도 충분히 단단한 나만의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 

이제는 내가 만든 경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보려 한다. 그것은 외부와의 완전한 단절이 아니라, 타인과 세상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내적 영역이다. 이 작고 단단한 세계를 안고 다시 현실로 걸어 나갈 것이다. 책임져야 할 일들이 남아 있는 이 자리를 지키면서도, 내면의 안식처가 있기에 이유 없이 급습하는 불안감과 압박감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나만의 작은 우주를 품고 살아가며, 흔들림 속에서도 스스로의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를 지켜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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