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새롭게 내놓은 가자 지구 종식을 위한 계획이 인류 문명사의 가장 위대한 날 중 하나로 기록될 수도 있으며, "중동에 영원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장은 트럼프스러운 특징이다. 그러나 지난 29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발표한, 20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이번 평화 구상은 비록 그의 과장된 자랑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중요한 외교적 진전이다.
이번 평화 구상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자지구 전후 미래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음을 보여주며, 올해 들어 미 정부가 협상안을 받아들이라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한 압력 중 가장 강도가 큰 움직임이다.
이 계획이 앞으로 몇 주 안에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늘 핵심이었던 문제에 달려있다. 즉, 네타냐후와 하마스 지도부 모두 이제 전쟁을 끝내는 것이 계속하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이라고 판단하는지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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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화 구상에 대한 하마스 측의 반응은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앞서 BBC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조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익을 그다지 보호하지 못하며,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내 철수가 보장되지 않은 이상 그 어떠한 평화 계획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한 한 하마스 관계자는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벌써 이스라엘 연정 내 극우파 지도자가 일부 조건에 반발하고 나서긴 하였으나, 백악관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20개 조항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실제로 전쟁이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네타냐후 총리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스라엘 내 정적들은 그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합의를 깨뜨린 전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돌파구가 되기에는 부족할 수도 있다. 더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의 정치적 지지층에는 여전히 궁극적인 합의 도달을 저지할 주요 장애물이 남아 있다.
이에 더해 이번 평화 구상에는 양측 모두가 이를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실제 추가 협상 과정에서 이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협상에 실패할 경우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릴 수 있을 만큼의 모호함이 내재되어 있다.
이는 지난 수개월간의 협상 과정에서 반복된 패턴이다. 그리고 만약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편에 설지는 분명하다. 바로 이스라엘이다.
실제로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하마스가 이번 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평화 구상을 협상의 형태로 제시했으나, 실제로는 추가 협상을 위한 기본 틀, 혹은 한 때 그가 표현했듯 일련의 "원칙" 제시에 가깝다. 다시 말해, 실제 종전으로 다다르기 위해 양측이 동의해야 할 세세한 계획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단계적 휴전 및 종전 합의를 목표로 지난해 5월 발표한 "기본 틀"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실제로 임시 휴전에 들어가고 인질과 수감자를 교환하는 데까지는 추가로 8개월이 소요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 한방의' 평화 협정을 원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구체적인 철수 경계선, 인질 석방의 구체적 방식, 석방될 팔레스타인 수감자 명단, 전후 통치 조건 등에 대한 상당한 조율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20개 조항에는 이러한 쟁점에 관한 세부 사항이 담겨 있지 않다. 각각의 쟁점은 모두 평화 협정을 좌초시킬 잠재적 위험 요소들이다.
이번 구상은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프랑스가 공동으로 내놓은 제안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위원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가 주장해 온 방안에서 상당 부분 차용한 것이다.
이번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중재국인 카타르와 이집트를 포함한 아랍국가들, 유럽 국가들, 이스라엘 등과 협의한 후 작성하였다.
전투를 중단하고, 이스라엘군이 제한적으로 철수하며, 하마스가 남아 있는 인질들을 모두 석방하며, 이스라엘은 구금 중인 팔레스타인인 수백 명을 석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이집트에 기반한 임시 국제 기구의 감독 및 관리하에 가자 지구 내 일상적인 행정 서비스를 운영할 기술관료적인 현지 정부를 설립한다는 구상이다.
하마스 대원들의 경우 "평화적 공존"을 추구하며 무기를 내려놓겠다고 약속하면 사면되고, 나머지는 추방되게 된다.
미국과 아랍 국가들이 구성한 국제 "안정화" 군이 나서 가자 지구의 안보를 맡게 되며,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비무장화를 보장하게 된다.
한편 이번 구상은 잠재적인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언급하고 있으나, 그 표현은 매우 모호하다. 서안지구에 기반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개혁될 경우 "팔레스타인의 자결과 국가 수립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랍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자신들에게는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한다.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등의 가자 '리비에화' 관련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에 대해 최소한의 언급이 있으나, 이에 대한 확약은 없다.
게다가 미국이 이번에 내놓은 구상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거나 합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한다. 그러나 점령된 서안 지구에 대해서는 유사한 약속이 빠져 있다. 아울러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의 "안보 경계선"에 군대를 계속 주둔시킬 수 있다는 부분과도 모순된다.
그러나 이는 아랍 국가들에게 매우 중요한 조항이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전반적으로 이번 기본 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자신의 목표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하마스의 무장 해제, 가자지구의 비무장화, 미래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부정 등이다.
다만 무장 해제 조항 및 국가 수립 관련 조항을 그의 내각 내 인사들이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이러한 국내적 압력을 활용해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거나 "손질"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 하마스의 대응에 많은 것이 달려 있다.
루시디 아부알루프 BBC 기자가 앞서 보도한 바와 같이, 이번에도 하마스가 제안을 수용하는 듯하면서도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좋다, 하지만' 국면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백악관은 과거 '기본 틀'이나 '원칙'을 내놓았던 이들과 동일한 위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한편 지난 29일 미국-이스라엘 회담의 또 다른 중요한 순간을 꼽자면, 공동 기자회견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로 하여금 카타르에 사과하게 했다는 것이다.
카타르 정부는 이달 초 이스라엘이 자국 도하 내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하여 공습을 벌인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해왔다. 이제 사과를 들었으니,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중재자로서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 회담 몇 시간 전,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제3기갑사단을 배치하는 등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에서 포격과 공습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러한 공세 강화는 이스라엘이 스스로 밝힌 대로 하마스를 더욱 압박하려는 수단이지만, 이로 인한 민간인들의 피해는 막대하다.
현재 전 세계 여러 국가가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휘관인 에즈 알-딘 알-하다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하마스 현장 지휘관이 "최종 결전"이라 표현한, 전투원 약 5000명을 동원한 전투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 및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행보에 경악하며, 올여름 내내 외교적 해결책을 되살리려 노력해왔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었으며, 가자지구에서의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앞으로는 여전히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이 발부되어 있다.
유럽 국가들은 양측의 극단주의 세력이 힘을 얻으며 분쟁 수준이 통제 수준에서 벗어나 심각하게 치닫는 모습을 목격하였고, 자신들이 보기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함께 공유하는 바람직한 장기적 미래라고 생각하는 두 국가 해법을 추진할 수 있도록 남아 있는 온건 세력에게 호소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비록 이번 구상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지구 구상 참여가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정부의 이번 틀은 협상 국면으로 되돌리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구상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듯 완전한 종전 합의안으로 발전시키기까지는 몇 주, 혹은 더 오랜 시간에 걸쳐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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