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화재 교훈 외면한 정부…배터리 안전관리 ‘민간 기준 미달’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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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화재 교훈 외면한 정부…배터리 안전관리 ‘민간 기준 미달’ 드러나

이데일리 2025-09-30 16:44: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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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하영 기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3년 전 판교 SK 데이터센터 화재와 마찬가지로 리튬이온배터리 발화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판교 화재 이후 민간 데이터센터의 배터리 안전 관리 미비를 지적하며 규제를 대폭 강화했지만, 정작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같은 규제가 적용됐다면 국가 행정이 며칠씩 마비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를 소화수조로 옮기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판교 화재 후 민간 데이터센터 규제 대거 강화

2022년 10월 판교 소재 SK C&C(현 SK AX)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를 대거 강화하기 시작했다.

2023년 3월 데이터센터 안정성 강화와 신속한 장애 극복을 위한 ‘디지털서비스 안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7월 디지털안전 관련 3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을 시행하며 부가통신서비스와 데이터센터를 재난관리 의무 대상에 포함시켜 일정 규모 이상 데이터센터에 보호조치를 의무화했다.

특히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규제가 대거 신설됐다. 과기정통부가 2024년 6월 개정 시행한 ‘집적정보통신시설(데이터센터) 보호지침’에 따르면, △재난 발생시 예비전력체계 미작동에 대비해 전력공급 이중화체계 확보 △리튬배터리실은 원칙적으로 타 전기설비와 분리된 격실에 설치하고, 배터리간 이격거리 확보 △리튬배터리 긴급상황 발생시 배터리간 연결 차단 체계 운영 △리튬배터리실에 소화설비 및 급속배기장치 설치·구비 등의 배터리 안전관리 요건이 새롭게 추가됐다.

화재 난 대전센터, 민간 규제 기준으로 보면 ‘미달’

문제는 이것이 민간 사업자에만 적용되는 규제일 뿐, 정부기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는 해당사항이 없었다는 점이다. 판교 화재 사고 정부가 개정한 정보통신망법 등과 집적정보통신시설 보호지침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를 대상으로 하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이와 무관하게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으로 전자정부법 소관이다.

이번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상황을 보면, 과기정통부 보호지침을 지켜야 하는 민간 사업자라면 위배되는 사안들이 상당히 많다. 우선 UPS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전력공급을 이중화해야 하는데, 대전센터는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전력 이중화가 작동하지 않았다. 또 배터리와 서버가 한 공간 내 심지어 이격거리가 60cm에 불과했는데, 이 역시 배터리실 격리 및 서버 이격 지침에 배치된다. 배터리실에 적정한 설비 및 장치가 제대로 설치돼 있었는지도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사항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재난안전기본법상 국가핵심기반시설에 해당돼 기본적으로 소방기본법을 준수해야 하며, 이 외에 ‘정보자원 기술기준 검증지침’ 등을 두고 있다.

그러나 판교 화재 사고의 반면교사로 정부가 민간 데이터센터의 배터리 관련 규제를 강화한 2023~2024년 이후에도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배터리 안전관리는 민간에 요구되는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상태로 방치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지난해 말에야 배터리 분리 공사를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전산실 배터리 격리 작업을 하던 중 화재가 나 지금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그야말로 안일한 대처였다고 말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UPS와 서버를 같은 공간에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처음부터 반드시 이중화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먹통 때 정부가 사업자들에 시정조치를 하며 재난안전 규제를 강화해놓고 정작 정부 소관 데이터센터에서 똑같은 문제가 재발했다”며 “서비스 중요도를 감안하면 민간에만 엄격한 규제를 요구할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재명 대통령 “지도 없이 운전해 온 셈”…구조적 대책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와 관련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에게 기준과 지침 준수 여부를 따져 물었지만, 담당 부처들이 명확히 답하지 못하자 “지도도 없이 운전해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거버넌스를 포함한 구조적 문제 해결 방안을 신속히 보고하라”며 민간 협업을 통한 이중 운영체계 구축과 국가AI전략위원회에 총괄 역할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를 공동 리더로 한 TF를 출범시켜, 기존 8개 분과 및 3개 TF와 연계해 종합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 전자정부 운영을 둘러싼 ‘칸막이 행정’을 꼽는다. 행안부는 국정자원 중심 센터를, 과기정통부는 보안 인증(CSAP)을, 국정원은 망 보안 규제를 각각 담당하면서 규제가 분절돼 혁신 서비스 활용이 제한되고 시스템이 땜질식으로 유지됐다는 것이다. 국가AI전략위는 11월까지 철저한 조사와 단·장기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임문영 상근 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자정부를 넘어 AI정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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