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오늘은 펑펑 운 것처럼 코끝이 찡했다. 커피를 내려 마시던 머그컵을 살짝 기울여 안에 있는 커피를 보는 순간 코끝이 찌릿하며 찡해지는 것을 느꼈다. 숨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펑펑 울고 나면 느껴지던 코끝의 찡함은 노트북 앞에서 시답지 않은 기사만 보고 있던 지금의 나의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 순간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 그리고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에는 어떤 에너지와 태도가 필요한지, 그 고민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사람들이 조금 다른 생각으로 누군가를 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각자가 갖고 있는 관계의 경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아주 긴 텅 빈 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느껴지는 이 기분이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함께 해온 누군가와 간격을 만들고 있다. 아주 자연스러운 간격, 그 간격이 당연했음을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간격을 내었을 때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상처를 입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전에 그 필요성을 먼저 느껴야 했었던 것이다. 지금의 상황이 어려운 이유는 그 간격이 나에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있다. 지금의 나는 몇몇이 시간 속에서 죄책감을 느낀다. 제 마음 편하고자 그때그때 필요한 대답을 했던 시간이 있었다. 카페에 앉아 마주 보고 있던 시선과 마주 앉은 의자 방향이 생생하다. 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아주 적은 가능성의 불꽃을 계속 살려둔 것은 어쩌면 그때의 나의 대답일지도 모른다.
지금에서야 나는 내 의지와 행동으로 누군가와 서서히 간격을 만들어 가본다. 마음에 굳은살이 생기는 것을 느낀다. 아주 둔탁한 근육이 생겨서 내 양심을 끌어안아 나를 무뎌지게 만든다. 누군가의 답답함과 어려움을 뒤로한 채 나는 내 갈 길로 향한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맞는 것만 같다.
아무래도 그게 맞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오늘 갑자기 코끝이 찡했다. 울지 않고 찡한 코끝을 느끼며 이것은 나의 이상한 양심에서 비롯된 스스로에게의 펀치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누군가의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 잠깐의 떠올림으로 미안함을 대체하려 했다는 사실도 알아챘다. 이제야 꾸역꾸역 만드는 간격, 그렇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찾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 갑작스럽고 또 당황스러운 압박일 것이다. 하지만 피곤과 일상에서의 무거움이 꾸준하게 이기적인 선택을 할 용기를 준다. 나는 내 행복을 찾아 오늘도 떠나버릴 것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을 정직하게 응원할 수 있는 태도는 무엇일까. 작업을 하는 이의 삶이 아니라도 작업만을 지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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