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윙어의 측면 수비 기용을 꾸준히 테스트하고 있다. 그러나 이웃 일본의 성공 공식인 ‘공격수의 윙백화’는 사실 스리백의 일반적인 성공 공식과 거리가 멀다. 일본의 선수 구성이 이에 맞아 가능했던 특이한 현상이지, 한국 선수들에게 전술을 맞추는 게 아니라 전술에 맞춰 선수를 선발하려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10월 남자 A대표팀 명단 발표와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대표팀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오는 10월 10일 브라질, 14일 파라과이와 맞대결을 치른다.
눈에 띈 건 정상빈이 수비수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K리그 최고 유망주로 두각을 나타내던 시절 정상빈은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와 비견될 정도로 빠른 스피드와 결정력이 무기였고, 이를 바탕으로 대표팀까지 승선했다. 홍 감독은 지난 9월 미국 원정 평가전에서 미국 세인트루이스시티 소속 정상빈을 오랜만에 선발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이라 일시적으로 뽑힌 선수처럼 보였지만, 9월 두 경기에서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10월 국내 평가전에 또 부름 받았다. 이번엔 아예 수비수 카테고리로 분류됐다.
이는 정상빈을 윙백으로 간주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정상빈은 미국 무대 진출 후 종종 윙백까지 소화한 바 있다. 홍 감독이 황희찬, 문선민, 모재현 등 원래 측면 공격수인 선수를 꾸준히 윙백 자리에 시험해보고 있는데 이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암시다.
▲ 일본 외에 성공사례 드문 ‘윙어의 윙백화’
그런데 월드컵에서 본업이 윙어인 선수를 윙백으로 기용해 성과를 낸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지난 세 차례 대회를 통틀어 스리백을 통해 두각을 나타냈거나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팀은 대략 6팀이다. 2014년 멕시코, 네덜란드, 코스타리카, 2018년 벨기에, 2022년 네덜란드와 일본 등이 있다. 이들 중 한쪽 또는 양쪽 윙백에 원래 측면 공격수인 선수를 배치했던 예는 벨기에와 일본 둘뿐이다. 나머지 넷은 좌우 모두 전문 측면 수비수를 기용했다.
오히려 윙어의 측면 기용으로 인한 실패 사례도 있다. 2010년 이후 한쪽 윙백 자리에 공격수를 기용하는 좌우 비대칭 ‘고속 역습’ 전술로 효과를 본 대표적인 국가대표팀이 바로 벨기에다. 벨기에는 이 축구로 2018년 월드컵에서 3위에 올랐다. 그러나 2022년 대회에서는 같은 방식을 고수하다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치욕을 맛봤다. 적임자가 있을 때 선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써야 하는 전술이지, 이 전술 자체가 탁월하다고 볼 순 없다는 뜻이다.
클럽 축구를 봐도 공격수 출신을 윙백에 기용하는 성공 사례들이 여럿 있다고는 하지만, 좌우 모두 전문 윙백을 쓰는 스리백이 훨씬 흔하다. 이번 시즌 초 4대 빅 리그에서 스리백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팀으로는 보루시아도르트문트(분데스리가 2위), 크리스털팰리스(프리미어리그 3위), 엘체(라리가 4위), 헤타페(라리가 8위), AC밀란(세리에A 1위), AS로마(세리에A 3위), 인테르밀란(세리에A 5위), 아탈란타(세리에A 6위) 등 8개를 꼽을 수 있다. 이 팀의 주전 좌우 윙백 16명 중 풀백 경험이 거의 없는 윙어 선수는 엘체 레프트백 헤르만 발레라 한 명뿐이다. 그밖의 선수들은 원래 풀백 출신이거나, 한때 윙어였지만 윙백으로 전업한지 오래 돼 충분한 경험을 쌓은 경우들이다.
헷갈리지 말아야 할 것은, 스리백의 좌우 윙백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공격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포괄적인 표현인 공격력은 크로스의 정교함일수도, 발재간과 패스일수도, 상대 문전까지 파고드는 능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역량보다 우선시되는 건 단연 기동력이다. 스피드, 체력,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이 필요한 곳까지 단호하게 달려갈 수 있는 판단력이 필요하다. 공을 잡았을 때 위력은 그 다음 문제다. 즉 우리 팀 왼쪽 풀백보다 왼쪽 윙어가 더 지구력과 기동력을 갖췄다면 얼마든지 윙백으로 기용해볼 만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풀백들의 기동력이 더 우월한 경우가 많다. 윙백 선발의 기준이 기동력 아닌 ‘공격력’이어서는 애매해진다.
▲ 일본식 스리백, 선수 맞춤 전략이지 어디에나 맞는 전략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스리백의 좌우 윙백에 윙어를 배치하는 전략은 우발적으로 발견했지, 계획적으로 도입한 게 아니었다. 원래 일본은 4-2-3-1 대형으로 2022년 월드컵을 시작했는데 경기 중 스리백으로 전술을 바꿔봤더니 잘 통하면서 이후 주력 대형으로 아예 자리잡았다.
일본의 경우 좌우 윙어들이 기동력이라는 핵심 키워드에 잘 부합한다. 일본 2선 자원 중에는 팀 플레이와 활동량이 장점인 이토 준야, 측면 먼 곳부터 상대 진영 깊숙한 곳까지 단숨에 돌파하는 장거리 드리블이 특기인 미토마 가오루 등이 있다. 이들의 특수성 때문에 일본식 스리백이 가능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본업이 풀백이지만 윙어까지 소화할 수 있는 이태석, 설영우를 이미 좌우에 갖추고 있다. 김문환도 공격적인 윙백에 잘 어울린다. 그밖에도 오히려 풀백 출신인 선수들이 기동력과 팀 플레이라는 측면에서 윙백 자리에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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