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대상 면역증강제 남용…보험사기·국민 부담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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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대상 면역증강제 남용…보험사기·국민 부담만 키운다

폴리뉴스 2025-09-30 12:55:07 신고

질의하는 김재섭 의원 [사진=김재섭 의원실]
질의하는 김재섭 의원 [사진=김재섭 의원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암 환자 대상 면역증강용 비급여 주사제 3종(싸이모신알파‑1, 비스쿰알붐, 이뮤노시아닌)에 대해 "국내 임상 환경에서 보조요법으로 통상 치료에 추가 투여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음"이라는 판단을 내린 이후에도, 해당 약제가 일부 의료기관에서 여전히 널리 처방되고 있다. 청구 건수와 금액은 점점 늘고 있으며, 일부는 허위 처방을 통한 보험금 편취 정황까지 포착돼 국민과 보험 가입자에게 막대한 부담이 되리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30일 의료계 및 보험계 자료에 따르면 병·의원 기준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면역증강제 청구 건수는 2023년 상반기 9,121건에서 2025년 상반기 12,775건으로 2년 새 약 40.1% 증가했다. 청구 금액도 동일 기간 250억 원에서 283억 원으로 12.9% 상승했다.

더 주목할 만한 변화는 한방병원에도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한방병원의 경우 2023년 상반기 1,304건(청구금액 40억원)에서 2025년 상반기 2,616건(60억원)으로 각각 100.7%, 50.0% 증가했다.

보건복지부의 비급여 보고제도 분석에서도 이 주사제들은 요양병원·한방병원 등지에서 '암 보조요법' 명목으로 널리 처방되고 있으며, 일부는 비급여 진료비 상위 순위에 포함된 바 있다. 예컨대 '싸이모신알파‑1'은 2024년 3월 요양병원 비급여 진료비 순위 5위(18억 원)에서 같은 해 9월 1위(78억원)로 껑충 뛰었고, 한방병원 비급여 순위에도 진입했다.

이처럼 미권고 의료기술임에도 처방 확대가 이어지는 것은, 거대 보험금 시장을 배경으로 의료기관이 과도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부 언론은 암 면역증강제 처방이 6개월 만에 333% 폭증했다는 보도까지 내놓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의료기관이 진료기록상 허위 처방을 해 실손보험금을 부당 청구한 사례다.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한 병원은 141일 입원 기간 중 처방된 면역주사 273건 전부를 허위로 기재해 환자에게 실제 투여되지 않았음에도 실손보험금 2,839만 원을 편취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와 유사하게 허위 처방을 통해 실손보험금 8억7,000만 원 편취한 병원 및 환자 269명이 적발됐다. 

이 같은 수법은 단순 과잉진료를 넘어 보험사기 범죄로 간주될 수 있으며, 보험사기방지법 및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의료인이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하면 면허정지 또는 징역·벌금이 가능하다. 

보험사기 증가는 보험사의 손해액 확대를 불러오고, 이는 결국 보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스스로 건강을 지키려는 의지가 오히려 재정적 부담을 전가당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 사안은 단순히 의료기관의 비윤리적 처방 문제만이 아니다. 제도 전반에 걸친 허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첫째, 의료기술 재평가 제도의 실효성 미비가 문제다. NECA가 권고하지 않음 판정을 내리더라도, 해당 기술이 급여·비급여 목록에서 즉시 제거되는 것이 아니어서 여전히 처방 가능한 구조다. 실제로 2019~2024년 204건 재평가 대상 중 '권고하지 않음' 또는 '권고 보류' 판정된 사례는 82건(40.2%)이지만, 그중 극소수만 목록에서 제외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둘째, 실손보험 보장 구조의 취약성이다. 민간보험에서 보장되는 비급여 영역이 넓어지고, 보험사기도 고도화됨에 따라 보험사는 손해율 압박을 받는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2023년 118.4%에서, 2025년 상반기 119.0%로 소폭 상승한 상태다.

셋째, 감독·단속 체계 미흡이다.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은 진료 항목에 대한 집중 조사, 의료기관 행위 감시, 실시간 청구 모니터링 등이 강화돼야 하지만, 현재 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사후적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혁이 불가피하다.

'권고하지 않음' 판정이 나왔거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된 기술은 건강보험 급여·비급여 목록에서 신속히 배제 또는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허위 처방, 과잉처방 등 고위험 항목에 대한 실시간 청구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위반시 의료기관 및 담당자에 엄중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비급여 항목의 보장 범위와 한도를 재검토하고, 과잉 청구 유인을 줄이는 방향으로 보상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 보험사·정부·의료계가 협력해 보장 설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환자에게 해당 치료의 검증 수준, 비용 대비 효과 등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법제화하고, 비권고 의료기술의 사용 현황과 청구 통계를 공개해 국민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의료인 대상 윤리 교육과 내부 감시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환자 유인 브로커 연계나 허위 청구 유도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비급여 면역증강제 남용과 허위 청구 사태는 단순 의료비 낭비를 넘어 금융적 피해와 국민 신뢰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NECA의 '권고하지 않음' 결정을 무시한 채 의료기관이 수익 구조를 따라 움직이는 현실은, 제도적 설계의 허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의료기술 재평가와 실손보험 구조의 근본적 재검토 없이는, 환자의 건강을 내세운 명목 아래 국민 부담과 보험 재정 악화를 키우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보건의료 당국과 보험업계, 의료계 모두 책임을 공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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