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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30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거쳐 배임죄 폐지를 골자로 한 경제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형벌 규정의 합리화를 주문한 후 ‘경제형벌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지 두달 만으로, 신속 추진이 가능한 기업·국민 현장체감형 과제부터 제시했다.
TF출범 전부터 최대 관심을 모았던 건 배임죄의 운명이었다. 이 대통령이 지난 7월 “배임죄가 남용돼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경제형벌의 과도한 사례로 배임죄를 콕 찍어 언급해서다.
TF는 출범 직후 배임죄 1심 선고 판례 약 3300건 분석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배임죄가 민사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단 사실을 확인했다. 기업 임·직원은 물론이고, 부동산 이중매매를 한 집주인이나 곗돈을 제때 주지 않은 계주 등까지 배임의 주체로 처벌 받은 걸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판례 분석을 쭉 해보니 배임죄의 가장 큰 문제는 구성 요건 자체가 굉장히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라며 “기업들은 어떤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적정금액이 얼마인지 망설이게 된다”고 했다.
TF에 따르면 기업과 무관한 민생 분야, 사업기회 유용이나 가상자산(코인) 범죄 등 새로운 경제범죄 유형에도 배임죄가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배임죄를 폐지해 기업의 자율성·예측가능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중요범죄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 대체입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요건을 명확화해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민사책임 전환 등으로 형사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이다.
특히 △배임 관련 특별법을 마련해 기존 배임죄의 주체·행위 요건을 구체화하는 방안 △각 개별법에 구체화된 배임행위를 규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정부여당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연내에 대체 입법을 마련한단 계획이나, 만만찮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대체 입법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고, 배임행위를 유형화한 입법례도 찾기 어렵다”며 “전문가 자문·판례 분석 등을 토대로 입법화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연내에 모든 부처 소관법률 중 경제형벌 관련 규정의 30%를 정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번에 발표한 건 배임죄를 포함해 110건뿐이다. 전 부처 경제형벌이 500여개 법률, 6000여건임을 감안하면 1.6%에 불과하다. 이러한 진행속도라면 ‘연내 30% 정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6000여건 모두가 정비 대상인지 여부에 관해선 심층검토가 필요해 최종적인 모수에 관해선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6000여건의 30%인) 2000여건보다는 숫자가 상당히 줄어들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는 굉장히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목표로, 작업이 벅차기는 하다”며 “연말까지 마무리하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대통령 말씀대로 1년 내에 최대한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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