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블랙 먼데이'로 제13회 수림문학상 당선
"왜곡된 욕망과 집착에 관한 이야기…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죠"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기 마련이고 주류가 있으면 비주류도 있죠. 골치 아픈 것,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 금기시되는 소재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3회 수림문학상 당선작인 장편소설 '블랙 먼데이'는 유년 시절 겪은 일들로 인한 병증 때문에 일그러진 욕망과 집착에 빠진 한 남자가 파멸을 향해 치닫는 과정을 담아냈다.
28세의 주인공 연수는 어린 시절 의지했던 형, 연인 같은 사이였던 친구를 잇달아 잃고 방황하던 중 과외 교사인 현진을 만나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그런 연수는 차츰 현진에게 집착하게 된다. 부담을 느낀 현진이 떠나자 연수는 결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진을 되찾기 위해 주변을 맴돌다가 끝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기 시작한다.
'블랙 먼데이'로 수림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박해동(50) 작가는 지난 2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상작을 "왜곡된 욕망과 집착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열등감을 가진 인간이 금기된 것을 욕망하고 집착하는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을 도구화하며 살인에 이르고 자신도 결국 파괴되는 과정을 담았다"고 했다.
작가의 말처럼 '블랙 먼데이'는 시종일관 연수라는 인물이 가진 어둠의 밑바닥을 탐색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감정과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무거워진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한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지, 타인에게 잔인할 수 있는지, 두려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암세포를 그냥 두면 결국 숙주도 죽음에 이르게 되듯이 매 순간 우리를 위협하는 감정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라며 "(이 소설이) 독자들이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거나 싹트고 있는 악을 돌아볼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연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고 해서 그가 벌이는 악행들이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연수의 사연을 서술하는 것이 마치 합리화처럼 여겨지지 않도록 고심했다고 한다.
그는 "연수의 행동이 분명 정상적이지 않고 병적인 정신 상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고 짚었다. 소설에는 연수가 심리치료를 받는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블랙 먼데이'에서 연수는 방황하던 어린 시절 만난 친구 지태를 통해 동성 간의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이 같은 성적 지향은 이후 동성인 현진에게 집착하는 연수의 행동을 설명하는 요소 중 하나다.
작가는 "처음부터 작품에 성소수자를 등장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한 소년이 갈망할 수 있는 것 중 우리 사회가 흔쾌히 수락하지 않을 장치 내지 요소가 필요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작가는 성소수자라는 연수의 정체성이 그가 저지르는 범행과 연결되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누구나 범죄자일 수도, 아닐 수도 있고 그것은 소수자나 약자라도 마찬가지"라며 "물론 작품의 해석은 독자의 몫이지만,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은 연수의 범행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작품 속에 명확히 드러나진 않지만, '블랙 먼데이'의 시대 배경은 2000년대로 짐작된다. 집 전화나 공중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이 나오는가 하면 집이나 교수 집무실에서 흡연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작가는 "소설을 쓸 때 어떤 시대인지, 어떤 시기인지 크게 고민하진 않는다"며 "물론 특정 시대에 걸맞은 소설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인간 심리에 중점을 둔 만큼 독자들에겐 그리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작가는 "상대적으로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차별이 더 심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편이 더 이야기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영남대에서 일어일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2017년 '아람문학'에서 '침묵'으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듬해 제5회 경북일보 문학대전에서 소설 '봄'으로 공동 대상을 받았다.
그는 수림문학상 수상이 "믿기지 않는 일"이라고 기쁨을 표하면서도 "미흡한 제 소설을 뽑아준 심사위원님들께 잘못하면 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크고, 책이 출간되면 독자들이 어떻게 판단하실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앞으로 우리가 이해할 수 있거나 또는 이해할 수 없는 다양한 인간상을 그려보고 싶다"며 "지금은 상처를 주고받는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요즘 청년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생각보다 흔하고, 그로 인해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을 쓰고 있는데, 어둡지 않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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