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문학상] 인정받지 못했다는 결핍, 타락과 파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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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림문학상] 인정받지 못했다는 결핍, 타락과 파국으로

연합뉴스 2025-09-30 09:00: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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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블랙 먼데이'

제13회 수림문학상 박해동 작가 제13회 수림문학상 박해동 작가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제13회 수림문학상 수상자 박해동 작가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빌딩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30. kane@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스물여덟살 연수는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 과정을 밟는 전도유망한 청년이지만, 그의 내부는 온통 혼란스럽다.

어린 시절 연수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형에게 의존하면서도 한편으론 형을 향한 열등감에 시달린다. 그런 형이 여름 바다에서 함께 수영하던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연수는 자책하며 방황한다.

힘든 중학생 시절을 보내던 연수는 형처럼 든든하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 지태를 만나 마음의 안정을 찾아간다. 하지만 지태와의 관계에서 연수는 동성 간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하고, 지태는 부모님들에 의해 다른 학교로 전학한 뒤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후 고교생이 된 연수는 심리학도인 과외 선생 현진의 도움으로 차츰 아픈 기억을 떨쳐내고 자신감을 얻지만, 점점 현진의 애정을 갈구하며 집착한다.

연수는 성인이 되어서도 결혼한 현진의 주변을 맴돈다. 현진의 아내 가희만 사라지면 그를 되찾을 거라 생각하며 끔찍한 계획을 꾸민다.

제13회 수림문학상 당선작 '블랙 먼데이'는 인정받지 못했다는 결핍에 시달린 한 인간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긋난 욕망을 품은 끝에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했다.

제목은 한 인물의 마음속 가장 깊은 어둠을 들여다본다는 점과 작중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 날이 월요일인 점에 착안해 붙여졌다.

이 작품은 특히 주인공의 뒤틀린 현실 인식과 극심한 집착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연수가 가희에게 악의를 품은 채 치밀한 계획을 짜고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섬뜩하게 그려진다.

연수는 현진과 가희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에게도 쉽게 집착하고 현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음식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윤우와 가까워지더니 차츰 비싼 선물을 안기며 환심을 사고, 이내 자기 의도대로 윤우를 움직이려 한다. 윤우 외에도 연수는 그가 맡은 강의 수강생이 작은 호의를 베풀자 그를 자기 손아귀에 넣고 흔들기 위해 접근한다.

소설은 연수의 병적인 정신 상태와 악행을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린 시절 그가 겪었던 일들을 자세히 풀어냄으로써 인물의 생명력을 끌어올린다.

연수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어머니 아래서 모든 것을 통제받으며 자랐고, 그런 어머니의 평가를 만족시키는 형의 존재는 연수의 열등감에 기름을 붓는다.

이처럼 연수는 어머니의 통제에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현진이나 윤우를 자기 통제 아래 두지 않고선 못 견디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연수의 심리를 치밀하게 들여다본다고 해서 소설이 그의 집착과 범행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수가 심리치료를 받는 장면을 반복해 배치함으로써 폭력 성향과 왜곡된 현실 인식이 병증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의 어둡고 복잡한 내면을 일인칭 시점으로 심도 있게 서술한 점,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의 밀도가 더욱 높아지는 점,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는 점이 눈에 띈다.

심사위원들은 "'블랙 먼데이'가 인간의 불가해한 어둠을 끝까지 밀고 나간 작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며 "병적인 인간의 타락을 소설적으로 응시하며 인간을 탐구했다"고 평가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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