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선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수출 기업들의 네고(대금 환전) 물량과 외국인 증시 매수세가 맞물리며 단기적으로 급락했지만, 미국발 정책 리스크와 통상 불확실성이 겹치며 방향성이안갯속이다.
2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397.6원에 최종 호가됐다. 스와프 포인트(-2.1원)를 반영하면 이날 환율은 전일 종가(1398.7원)보다 1원가량 높은 수준에서 출발할 전망이다. 간밤 종가는 1400.4원으로, 4거래일 연속 1400원을 웃돌았다.
전날 정규장에서는 원화 강세가 두드러졌다.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과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겹치며 달러 매도세가 확대됐다. 환율은 하루 만에 14.1원이나 빠져 두 달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흔들리는 '달러', 휘청거리는 '원달러'
환율 하락의 또 다른 배경에는 미국발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 달 1일 미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달러인덱스는 97 후반대까지 밀렸고, 유로와 엔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뉴욕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됐다. 이는 한국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자극해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달러 실수요가 여전해 환율이 1400원 밑으로 안정적으로 내려가기에는 힘이 부족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달러 약세 압력과 외국인의 순매수에도 달러 실수요가 상존하는 만큼 환율은 약보합권에 머물 것”이라며 “뉴욕증시 반등이 국내 증시 투자심리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 고용보고서 등 주요 지표 발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10월 말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할 지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대목이다.
▲향후 외환시장의 몇가지 시나리오
외환시장에서 향후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다섯 가지 정도로 보인다.
우선, 미국 의회에서 단기 예산안이 합의되고, 셧다운이 조기에 해소되면 1390원대 중후반으로 안정할 수 있다.
만일, 합의 불발로 셧다운이 장기화되고, FOMC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1395~1405원 박스권 또는 1400원 상향 돌파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한미 관세 협상이 난항을 지속할 경우에는 1405~1415원대 재진입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반대로 연준이 양적 완화기조로 전환되고 조기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 1380원대 진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연준이 매파 기조를 견지해 고금리 장기화 방침을 재확인하면, 1410원 이상 상승은 물론 1420원 돌파도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기준선 '1400원'
1400원은 기술적·심리적으로 모두 중요한 경계선이다. 수출 기업에는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지만,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한국 자산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순매수와 글로벌 달러 약세가 환율 하락을 이끌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한미 통상 협상과 연준의 금리 기조가 방향을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395~1405원 박스권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정책 리스크의 향배에 따라 ±20원 이상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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