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디스카운트
김윤규 사장은 이즈음 만나는 사람마다 “현대그룹 주가를 띄우는 묘책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기자가 인터뷰를 하자고 제의하면 ‘합시다’라고 말하면서도 조건을 하나 달았다. 인터뷰가 나가면 현대그룹의 주식이 오를 수 있는 내용을 좀 써달라는 요구였다.
기자는 “사장님이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하면 현대그룹의 경영 투명성이 밝혀져 자연스럽게 주가도 오르지 않겠어요” 라고 했다.
증권시장에서는 당시 현대그룹의 투명성이 문제가 돼 ‘현대 디스카운트(저평가)’ 라는 말이 돌아다닐 때다. 그는 이 직전에 기자를 만나면 대북사업 이야기를 꺼내 놓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주가 얘기를 자주 했다. 자금난이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가장 큰 고민과 관심이 대북사업에서 자금난으로 바뀐 셈이었다.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추진은 정부가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발표로 일단락됐다. 정몽헌 회장은 당시 북한에 거액의 돈을 비밀 송금했다. 따라서 현대그룹은 앞으로 대북사업을 하는 데 정치적 걸림돌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돈에 쪼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주력 기업의 주가도 형편없었다. 현대건설(4,860원)·현대종합상사(3,550원)·현대정공(4,560원)·현대강관(2,255원) 등 대부분의 계열사가 액면가 5,000원 미만이었다. 따라서 현대그룹은 2000년도에 유상증자를 아예 포기했다. 증시를 통한 직접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었다.
회사채 발행도 거의 불가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금난 소문이 퍼진 것이다. 정몽헌 회장 입장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앞선 대북 비밀 송금·정치권 비자금 제공·주가 하락으로 주요 계열사의 자금난이 한꺼번에 파도처럼 밀려왔던 것이다.
한편 현대그룹은 자금 위기설 등을 유포시킨 동양증권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정몽헌 회장 측 말이다.
“동양증권이 현대그룹의 자금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위기설을 퍼뜨렸다. 왜곡된 정보를 고의적으로 시장에 유통시켜 막대한 신용피해를 입었다.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계 당국이 자체고발을 유도하고 있는 만큼 곧 법률 검토를 거쳐 현대투신도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할 것이다.
앞으로 주식시장에서 음해성 루머를 퍼뜨린 진원지가 확인될 경우 지체 없이 민·형사상 대응을 하겠다.”
[나는박수받을줄알았다111]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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