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58] 세잔과 르누아르, 두 시선의 교차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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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58] 세잔과 르누아르, 두 시선의 교차점에서

문화매거진 2025-09-29 23:09: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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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오랑주리·오르세 특별전은 아침 일찍부터 많은 관람객으로 붐볐다. 오전 11시 도슨트 해설을 듣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그림은 혼자 마주할 때와는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해설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며 르누아르와 세잔의 화폭을 차례로 바라볼 때, 그들의 세계는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언어로 내 앞에 서 있었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두 거장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소개했는데, 그 사실만으로도 설렜지만 실제로 마주한 순간은 단순한 설렘을 넘어 나의 작업과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깊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르누아르의 그림 앞에서는 따스한 빛이 화면 가득 흘러넘쳤다. 인물의 표정과 풍경 위에 쏟아지는 색채는 마치 햇살처럼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켰다. 도슨트는 르누아르가 말년에 류머티즘으로 손가락이 굳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붓을 손에 묶어가며 끝내 그림을 그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순간 그의 작품에 담긴 빛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삶을 사랑하는 의지이자 존재의 선언처럼 다가왔다. 

반면 세잔의 화면 앞에서는 공기가 단단하게 달라졌다. 사과 하나조차 해체하고 다시 구축하며 평생 탐구를 이어간 세잔의 태도는 집요하면서도 치열했다. 그의 붓질은 흔들리는 듯하면서도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를 만들어내는데, 그 불안정한 평온은 내가 작업을 하며 늘 마주하는 긴장과도 닮아 있었다. 안정된 화면을 완성하고자 하면서도 흔들림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태도, 그것이 세잔의 회화가 지닌 힘이자 예술가가 도달하고자 하는 진리 탐구의 과정이었다. 

두 화가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그 차이가 곧 풍요로움이라는 사실을 선명히 보여주었다. 르누아르의 빛과 세잔의 구조, 두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회화란 결국 인간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의 문제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작가로서의 나는 언제나 행복과 희망을 어떻게 화폭에 담아낼 것인가 고민한다. 때로는 세잔처럼 형태를 해체하고 다시 세워야 하고, 또 때로는 르누아르처럼 순간의 감각과 따뜻함을 포착해야 한다.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전시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이번 전시는 양극단의 태도를 동시에 품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나의 작업에 또 다른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무엇보다 도슨트와 함께한 관람은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했다. 해설을 따라가며 눈길을 옮기다 보면 사소한 디테일조차 의미를 지니며 살아났고, 그림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듣고 느끼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작품을 바라본 경험 역시 특별했다.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그림 앞에 서 있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공기를 공유했고, 그것이야말로 전시가 주는 가장 큰 선물처럼 느껴졌다. 

전시장을 나서는 길에 나는 오래도록 두 화가의 이미지를 마음속에 붙잡고 있었다. 르누아르가 보여준 빛의 따스함은 내가 작품 속 캐릭터 ‘몽다’와 ‘거복이’를 통해 전하려는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와 이어졌고, 세잔의 집요한 탐구는 작업 속에 구조와 진정성을 불어넣기 위한 나의 내적 고민과 겹쳐졌다. 두 화가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회화를 통해 삶을 사랑하고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가진 보편적 힘이었다. 

예술은 한 사람의 시선에서 출발하지만, 세상을 향한 질문과 사랑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는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었고, 앞으로 나의 작업 역시 르누아르의 빛처럼 따뜻하고 세잔의 구조처럼 치열하며 동시에 행복을 나누는 예술로 이어가야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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