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검찰 수사관이 증언 중 작성한 낙서가 사회적 논란이 됐다. 해당 낙서에는 의원들을 비난·조롱하는 과정에서 장애 비하 표현이 사용됐는데 국회라는 공간, 공직자로서의 신분, 사건의 중요성, 그리고 우리 사회 공직자가 마땅히 갖춰야 할 인권 감수성을 고려할 때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2019년 10월7일 서울고등검찰청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여상규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 장애 비하적 발언을 하여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특히 판사 출신이자 국회의 핵심 인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된 여러 장애인 비하 발언 진정 사건 이후에도 문제적 언행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더욱 컸다. 이러한 사례들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장애 인권 감수성의 부족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거친 비난을 할 때 욕설을 가려 사용하지만 장애와 관련된 비하 표현은 상대적으로 거리낌 없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장애에 대한 깊은 혐오를 담고 있으며 당사자들에게는 명백한 모욕과 차별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사회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장애에 대한 혐오는 전통적으로 장애인을 ‘정상성에서 벗어난 존재’로 규정하는 사회적·의료적 관점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관점은 장애인을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지만 사실 누구나 생애 과정에서 질병이나 노화로 인해 장애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장애는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삶의 일부로 이해돼야 한다.
200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관점을 반영해 ‘국제 기능·장애·건강 분류(ICF)’를 채택했다. ICF는 장애를 단순히 개인의 신체적 손상이나 결핍이 아니라 환경적·사회적 요인과 상호작용한 결과로 본다. 북유럽 국가(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 또한 상황적 요인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치며 임신·출산 과정에서의 신체적 변화나 일시적 기능 저하를 제도적으로 고려하는 등 포용적 복지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와 더불어 유아기부터 통합 교육과 인권 감수성 교육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줄이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과 철학의 변환이 오래전부터 이뤄진 나라들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하는 통합사회 구현과 감수성 체득을 위한 교육을 유아기부터 하고 있고 이 시도들은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최소화하며 종내에는 불필요하게 발생하는 사회적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지 감수성, 장애 인권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명확하고도 확정된 대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장애인지 감수성, 장애 인권의 개념과 범주가 폐쇄·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시대적·사회적 조건 속에서 변화되는 것이며 그 개념을 확장하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늘 변화되고 풍부해지는 역동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지 감수성, 장애 인권의 시작은 동정적이며 시혜적인 배려가 아니라 혐오 없는 고려와 장애인지 감수성, 장애 인권에 기반한 언어의 공유와 확산이며 긍정적 패러다임의 전환과 전달체계의 변화가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반영되고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자제되고 정화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일체의 혐오는 차별을 야기하고 차별은 폭력으로 이어진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