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밤 대전 국정자원에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 이상으로 발생한 화재는 하루아침에 정부 핵심 전산망 647개 시스템을 멈춰 세웠다. 이 중 96개 시스템은 물리적 손상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나머지 551개는 순차 복구 중이지만 여전히 국민이 일상에서 이용하는 민원·교통·부동산 서비스 상당수가 정상화되지 않았거나 시민이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문제는 지금의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023년 11월 행정전산망 마비와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반면교사 삼을 수 있었으나 국가 전산망 셧다운이라는 사태는 되풀이됐다.
정부도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국가 정보망 보호를 위해 서비스수준협약(SLA) 표준안을 마련하고 1등급 시스템은 2시간, 2등급 시스템은 3시간 이내에 복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화재 진압까지는 22시간이 걸렸고, 수 일이 지나도 정상화는 요원해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명절을 앞두고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지 않도록 서비스를 신속히 복구를 해 나가는 것만큼이나 구조적인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도 서비스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핵심 시스템의 분산과 이중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도 넘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해 비용을 들여서라도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대비책이 없었던 게 이해가 안된다”며 “보안·안전은 과하다 싶은 정도로 대비하는 게 맞다. 원점에서부터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번 화재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민주정부’에도 경고음을 울렸다. 안정적인 전산망과 데이터가 없이는 디지털 정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한 장비 손실을 넘어 정부의 책임감과 국민 신뢰가 동시에 타버린 사건이다. 구체적인 행동과 실질적인 개선책 마련만이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