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자원 화재 사흘째, 주민등록시스템 등 행정서비스 순차 재개
(전국종합=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흘째인 29일 정부 행정정보시스템 복구가 늦어지면서 민원 현장에서는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아침 시간대 주민등록 정보와 연계된 서류 발급이나 무인민원발급기 사용에 문제가 있어 주민들이 시·군·구청이나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그러나 시스템 일부가 순차적으로 복구되면서 오후 들어 전국 자치단체 민원실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 우체국 택배 헛걸음…화장장 예약 전화 북새통
세종시 보람동 우체국을 찾은 60대 부부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정부 전산망이 불완전해 식품 배송이 도중에 중단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알밤이 가득 든 스티로폼 박스 택배 발송을 거부당해서다.
이 부부는 아이스팩을 충분히 넣었다며 우체국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박스를 들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추석을 맞아 가족·친지에게 인삼을 택배로 보내려던 60대 여성도 같은 이유로 우체국 문을 나서야 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던 이들의 얼굴에서는 실망한 표정이 짙게 묻어났다.
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이 먹통 되면서 전국 장사시설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춘천 동산면의 한 화장터에는 지난 주말부터 100건을 웃도는 전화가 이어졌는데, 온라인 예약 대신 일일이 전화나 팩스로 시간 예약을 잡는 진풍경은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릉 사천면의 한 화장터 관계자는 "정확한 안식 연도를 모르는 경우 유골함 보관을 연장하거나 반환하는 업무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일부 방문객들은 국정자원 화재로 인해 화장터 행정망 역시 먹통 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공항에서는 무인민원발급기 가동이 중단되면서 신분 확인이 안 돼 항공기에 탑승하지 못한 사례가 생기기도 했다.
모바일 신분증 시스템 일부가 복구된 이후에는 사정이 나아졌지만 모바일 신분증 신규 등록은 중단된 상황이어서 공항 측은 실물 신분증 확인을 병행했다.
정부망과 연계한 공항 주차장 자동 할인 시스템도 작동 불능 상태여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고령의 국가유공자들은 별도의 확인 절차를 밟아야 했다.
◇ 행정시스템 복구되며 민원실 안정 찾아…셧다운 없어
민원 서비스가 완전히 멈춰서는 '셧다운' 현상이 월요일 아침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지난 주말 내내 강했지만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행정시스템 일부가 복구됐고 우편물류 서비스, 공직자 통합메일, 모바일신분증(발급제외) 등의 시스템이 재가동 되면서 외부 민원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제모습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주민등록시스템이 복구되면서 민원 수요가 많은 정부24 온라인 서비스가 재개됐고, 무인 발급기 운영도 정상화됐다.
이날 아침부터 광주지역 민원 창구에는 많은 주민이 몰렸지만, 대체로 차질 없이 증명서류 발급이 이뤄졌다.
중고차 거래를 위해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으러 온 주모(41) 씨는 "주말 내내 증명서를 떼지 못했다. 혹시라도 안 될까 싶어 전화까지 하고 행정복지센터에 왔는데 다행히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금융·우편 업무 마비를 우려했던 우체국 창구도 정상을 되찾는 중이다.
추석을 앞두고 붐빈 광주 무진로우체국에는 온누리상품권 판매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 우편 접수 등 통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부산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주민 A(40)씨는 주말 내내 정부24 사이트가 작동을 멈추자 이날 오전 일찍 지방세 납부 증명원 서류를 발급받으려고 구청을 방문했다.
다행히 정부24 사이트가 재가동하면서 부산지역 민원실에는 큰 혼란이 빚어지지 않았다.
세종시 일부 지역에서도 이륜차 관리 정보시스템 내 주민 정보 연계가 안 돼 직원들이 수기로 신청자 주소를 받아적었지만, 현재는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 복지로 내부망 내달 1일까지 점검…사회보장 급여 차질 촉각
일반 행정 서비스는 대부분 안정화되고 있지만, 서비스 점검 기간 중 화재 피해를 본 복지로 내부 시스템의 정상 가동 여부는 미지수다.
다행히 장애인 연금, 기초생활수급비 등 9월 급여 지급은 이미 마무리됐지만, 내달 급여는 시스템 정비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자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복지분야 행복이음 서비스도 복구되지 않았다. 관련 서비스가 복구되지 않으면 사회보장 서비스 신규 등록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어차피 다음 달 1일까지 시스템 정비 기간이었던 만큼 큰 문제는 없다"며 "복지의 특성상 자격이 되면 나중에 소급 적용할 수 있고, 단시간에 종료되는 사업이 아니어서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복지부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식, 손형주, 정회성, 나보배, 김동민, 천경환, 양영석 기자)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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