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주요 디지털 서비스가 나흘째 차질을 빚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단 한 곳, 대전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국 행정망 647개 시스템이 일제히 멈춰 섰다.
서울시의 소상공인 대출 보증 시스템, 우체국 금융거래, 정부24 민원 발급 등 국민 실생활에 직결된 서비스들이 줄줄이 중단됐고, 전국 곳곳에서 불편이 이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9일 오후 4시 기준 전체 시스템 가운데 복구가 완료된 것은 73개로, 약 11.2%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1등급 업무'로 분류된 시스템 36개 가운데 정상화된 건 16개, 약 44.4%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24, 우체국 우편·금융서비스 등 일부 우선순위 업무는 복구가 완료됐지만, 대다수 시스템은 여전히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다.
화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96개 시스템은 철거하고 재설치하는 대신 대구 민관협력형 클라우드센터로 이전해 재설치될 예정이다.
일각에서 민간 클라우드로의 이전이 보안상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가운데, 김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차장(행정안전부 차관)은 29일 브리핑에서 "민간협력존의 민간 클라우드라고 하더라도, 국가기관이 요구받는 보안 수준을 동일하게 갖추고 있다"면서 "망 분리 등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보유한 핵심 보안 인프라를 민간 클라우드 사업자와 공유해, 높은 보안 기준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재구축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정보 자원을 준비하는 데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구센터 입주 기업과 협력해 최대한 일정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전 데이터센터에서는 피해 규모가 적은 전산실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이 진행 중이다. 5층 전산실은 분진 청소 후 복구에 착수할 예정이며, 서버 장비는 정전기와 물에 매우 취약해 전문 업체가 1~2주간 복구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한편 정부는 무자격 인력이 배터리 운반에 투입됐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배터리 이전을 준비하던 중 화재가 발생했으며, 당시 작업자는 자격을 갖춘 전문 기술자이자 화재로 부상한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8일 이번 데이터센터 화재와 관련해 공식 사과하고, 국가 행정망 전반에 대한 안전성 점검을 약속했다.
정부는 장애 복구시간을 고려해 9월 재산세 등 각종 세금 납부 및 서류 제출 기한을 연장했다. 오프라인으로 서류를 발급받을 경우 부과되던 수수료도 전면 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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