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두 정상의 상황은 각각 녹록지 않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미투자펀드 3500억달러 현금 투자’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이시바 총리는 다음달 4일 퇴임한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 등에서 성과를 이뤘지만 연거푸 선거에서 패배하며 자민당 내 입지가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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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지 않은 두 정상, 협력의 목소리 낸다
두 정상의 만남을 하루 앞둔 29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시바 총리의 방문 의미 등을 설명했다.
위 실장은 먼저 한일 셔틀 외교의 정착을 첫번째 의미로 들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3개월여 만에 역대 어느 정부도 이루지 못했던 한일 정상 상호 방문이 완성됐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8월 방일에 대한 일본 총리의 답방이 한달 만에 이뤄졌다”면서 “셔틀 외교가 복원·정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위 실장은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는 점에서도 상징성을 찾았다. 지방 소멸이라는 공통 고민을 가진 양국이 지방 도시에서 만나 협력 의지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위 실장은 “인구 문제, 지방 활성화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당국간 협의체 운영 방안 등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간 협력을 심화하고 협력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이번 회담의 목표다. 첨단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인공지능(AI)와 수소 산업 등 미래 산업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여기에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 질서 속에서 비슷한 입장을 가진 이웃 국가로서 공동 대응 방안도 찾는다. 특히 양국은 동아시아 내 미국의 중요 동맹국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통상 압박을 받았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에 서명했지만, 한국은 “무리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미국 측과 조율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한국 정부는 이시바 총리를 최고 대우로 예우한다. 퇴임을 일주일도 채 남겨두지 않았고, 실무 방문이지만 환영·친교 행사, 회담장 격식 등을 귀빈 순방 기준에 맞췄다.
위 실장은 “이시바 총리가 퇴임 이후에도 중진 의원으로서 계속해서 한일 관계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합의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美와 합의 이룬 이시바 총리의 조언은?
이번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로부터 어떤 조언을 들을지도 주목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시바 총리와의 비공개 자리에서 대미 협상과 관련해 여러 조언을 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참모들도 기자들을 만나 일본 측으로부터 들었던 조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과정에서 도움이 됐다는 점을 밝혔다.
문제는 그런 일본의 사례가 한국에게는 더 큰 압박의 수단이 됐다는 점이다.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5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 출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본에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이면합의’ 의혹마저 일었지만 미 행정부는 일본과의 합의를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일본과 같은 합의를 할 수 없다면서 한미통화스와프 구축 등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2~25일 유엔(UN)·뉴욕 방문 동안에는 미국 정치인들과 경제인,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며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축통화국이면서 세계 4위 경제대국인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현금 출자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호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3500억달러는 선불”이라고 못박았고 미국 측 무역 협상 총괄 담당자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오히려 투자금액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을 거부하는 한국을 상대로 더 세게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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