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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는 직원들이 정신없이 전화를 붙잡고 있었다. 전국 화장시설을 검색해 온라인으로 예약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이 접속이 막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례식장과 상조회사가 화장장 자리가 있는지 일일이 전화해서 확인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이마저도 사정이 나아진 모습이라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국정자원 화재가 발생한 직후 화장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다급해진 장례지도사들이 직접 와서 서류를 서면으로 접수하기도 했다. 지난 28일까지는 서울추모공원 내부 전산망에서 유족의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할 수도 없어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데에 큰 불편을 겪었다.
화장장 예약이 늦어지자 강제로 4일장을 치르는 상황도 벌어졌다. 서울 성동구 한 장례식장에서 빈소를 차린 윤모(58)씨는 “장지가 지방이라 화장을 최대한 오전 시간으로 잡다 보니 많이 늦어졌다(그래서 4일장을 치르게 됐다)”면서 “온라인 부고장에 발인 시간을 같이 써놨어야 했는데, 화장터가 확정되지 않다 보니 공란으로 둔 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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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곳곳의 주민센터에서도 긴장감이 흘렀다. 국정자원 화재로 혼란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직원들은 1시간 일찍 출근했고, 혹시나 모를 민원인들의 쇄도에 대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다행히 오픈런 등 민원 대란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주말 동안 서울시청에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전산시스템 대응 활동을 했고 관련 전담인력 450여명이 출근해 시스템 점검을 수월하게 이뤄낸 것으로 전해졌다. 행당1동주민센터에 방문한 30대 민원인은 “뉴스에서 월요일은 난리난다고 하길래 무서워서 빨리 왔는데, 생각보다 대기 인원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곳곳의 무인민원발급기가 작동을 멈추면서 현장에서 혼선도 이어졌다. 성동구청 내 발급기는 아예 멈춰 있어, 직원들이 행당1동 주민센터 발급기로 가라는 안내문을 써 붙이기도 했다. 이날 응암2동주민센터를 이용한 신모(28)씨는 “민생쿠폰 신청 때문에 어르신들이 몰렸는데 기계가 먹통이 돼 직원들이 일일이 서류를 뽑아주더라”면서 “이날 오전에 일이 있어 잠시 들렀는데 오늘처럼 30분이나 걸린 날은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원을 접수하지 못해 돌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대흥동 주민센터에 주거급여 신청을 하려던 오모(26)씨는 “담당자가 화재 때문에 안 된다며 나중에 오라고 하더라”면서 “9월 안에 신청해야 혜택을 받는데 이번 달은 놓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은행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물 운전면허증·여권·외국인등록증이 없으면 계좌 개설이나 카드 발급 등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주민등록증밖에 없는 고령층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신분증과 달리 주민등록증 진위확인 서비스가 먹통이어서다. 계좌 해지를 위해 은행을 찾은 박석남(84)씨는 “주민등록증으로는 안 된다고 해서 집에 있는 아내에게 여권을 찾아보라고 전화했다”고 했다. 딸과 함께 재산세를 납부하러 온 남궁춘(88)씨 역시 “나이가 많아 운전면허증도 없고 거동도 불편해 해외 여행도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 여권이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외에도 일상생활 전반에 불편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레일에서는 임산부, 기초생활수급자, 다자녀 가정 등 할인 고객 신규 인증 및 등록이 어렵다고 안내하고 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도 신규 가입이 어려워 필요한 이용자는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 회원가입 신청을 해야 한다.
우체국 서비스는 대부분 복구됐지만 착불소포, 안심소포, 신선식품 소포, 미국행 EMS(비서류), 수입인지·알뜰폰 같은 수탁상품 접수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특히 택배 도착이 늦어질 수 있어 건강식품과 음식물 등 신선식품은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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