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단초로 작용…변호인-검찰, 위법수집증거 논쟁에 재판부 "불필요해 보여"
이성만 재판서 위법수집 판정…증인 불출석 이씨 과태료 300만원…12월 8일 재소환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취업을 청탁하고자 민간기업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재판에서 '이정근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임혜원 부장판사는 29일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전직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권모씨와 전직 국토부 운영지원과장 전모씨의 업무방해 혐의 사건 2차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이 전 부총장과 사업가 박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지만 두 사람이 출석하지 않아 향후 절차 진행에 관해 논의했다.
1차 공판에 이어 이날도 변호인들은 사건의 단초가 된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증거능력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이다.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더 나아가 법원이 유무죄 판단의 근거로 쓰는 증명력을 따질 수 있다. 증거능력이 부정되면 아예 증거로 쓸 수 없다.
변호인들은 "이정근씨의 휴대전화에 녹음된 파일은 모두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하는 바이고, 녹취록에서 나온 2차 증거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입장"이라며 "관련자 진술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는 아니지만 (증인에게)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물어보는 거라든지 녹취록 내용을 전제로 하는 부분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최근 이정근 녹취록의 위법수집증거 여부가 문제 된 건 대부분 전당대회 사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관련"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변호인 측에 "위법수집증거라고 주장한다면 녹취록 자체는 진정성립(확인)을 안 해도 된다는 건지, 위법수집 증거라는 주장까지만 하는 건지 밝혀주면 (추후 증인신문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진정성립은 기재 내용이 당사자가 진술한 대로 작성됐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인정되는 사실관계나 증인들의 진술로 나온 대략적인 윤곽은 (이 전 부총장이) 채용이 돼서 취직한 건 맞다"며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 피고인들의 고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등이 (재판에) 관련된 게 아닌가 싶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자꾸 증거능력이 있냐, 위법수집증거냐 아니냐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것 때문에 심리 시간을 허비한다는 느낌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기소된 이성만 전 의원의 2심 재판부는 지난 19일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 녹취록을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정근 녹취록 자체를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정'을 내린 셈이다.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재판의 경우 직접적으로 이 녹취록이 문제 되는 건 아니지만, 관련 수사가 시작된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변호인 측이 검찰 공소사실 자체를 흔들기 위해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증인신문에 출석하지 않은 이 전 부총장에게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한 뒤 오는 12월 8일 재소환하기로 했다. 사업가 박씨의 경우 증인 신청을 철회해 따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당일에는 이 전 부총장과 정치권 인사 김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김씨는 이 전 부총장에 앞서 한국복합물류 상근고문으로 일한 적 있는 사람이다.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등은 국토부의 관리·감독 권한 등을 이용해 이 전 부총장 등 정치권 인사를 민간기업의 임원급 보수를 받는 직위에 취업시키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지난 1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노 전 실장과 김 전 장관, 권씨 등 3명이 공모해 2020년 8월 이 전 부총장을 한국복합물류 상근고문으로 취업시켜 회사 인사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장관의 경우 전씨와 공모해 2018년 7월 김모씨를 한국복합물류 상근고문으로 취업시키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적용됐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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