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낯선 공간, 낯선 얼굴들, 그리고 낯선 마음들. 새로운 학교에서의 시작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어색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연의 편지'는 여름방학이 끝난 후 전학을 오게 된 소녀 ‘소리’가 학교 책상 서랍 속에서 발견한 한 통의 익명의 편지를 계기로 시작되는 특별한 여정을 담아낸다.
편지를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마음을 열며, 결국 자신을 변화시키는 작은 시작점이 된다. 누군가 남긴 “내 편지를 더 읽고 싶다면, 두 번째 편지를 찾아줘”라는 문장은 소리로 하여금 학교 곳곳을 누비게 하고, 그 속에서 잊고 있던 따뜻한 감정들과 마주하게 만든다.
편지를 따라가며 보물찾기 하듯 낯선 공간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과정에서 소리는 점차 새로운 학교와 가까워지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의 문을 연다. 자꾸만 마주치게 되는 동급생 ‘동순’과는 자연스럽게 함께 편지를 찾는 친구가 되고, 그렇게 생겨난 인연은 처음과는 다른 온도를 띠며 서로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교실을 비롯해 도서관, 옥상, 화원, 토끼장 등 편지가 남긴 단서들은 소리를 학교의 다양한 공간으로 이끌고, 그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장면들은 한 편의 시처럼 아련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연의 편지'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연재 당시 9.98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은 이 작품은, 이번 애니메이션화를 통해 원작의 감성을 섬세하고도 깊이 있게 스크린에 옮겨냈다.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외전 도서와 웹툰 역시 영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며 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캐릭터 스틸 속 인물들의 표정만으로도 이 영화가 지닌 감성의 결은 충분히 전달된다. 익명의 편지를 발견하고 놀란 듯한 소리, 무심한 듯하지만 따뜻한 눈빛을 가진 동순,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호연, 그리고 동순과 과거를 공유한 승규까지. 각기 다른 색을 가진 인물들이 편지를 통해 연결되고, 서로에게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모습은 이야기의 중심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호연’은 이야기에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인물이다. 소리에게 학교를 소개하는 첫 편지를 남기고, 여름방학 사이 말없이 전학을 떠난 이 소년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시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로 기능한다. 소리와 동순의 관계, 그리고 편지의 의미를 다시 되짚게 하는 존재로 남아,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관객의 마음속에 조용히 머문다.
작품에서 음악은 또 하나의 언어처럼 사용된다. 주인공 소리의 목소리를 연기한 AKMU(악뮤) 이수현은 OST에도 참여하여 극의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완성했다. 이수현 특유의 맑고 투명한 음색은 소리라는 인물의 여리고 복잡한 내면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관객의 감정을 더욱 깊은 곳으로 이끈다.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서, 장면 하나하나에 감정의 결을 입히는 음악의 힘은 '연의 편지'만의 서정성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
편지는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조각이다. 관계의 시작이기도 하고, 때로는 말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하는 기록이 되기도 한다. '연의 편지'는 그런 편지를 통해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설렘과 외로움, 그리움과 고마움,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조용히 스며드는 이 여정은 단순히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인물 각자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감정의 탐색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마지막엔 “고맙다”는 한 마디로 응축된 진심이 있다. 그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소리는 마지막 편지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연의 편지'는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 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이야기를 꺼내 보여준다. 성장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하는 두려움과 기대, 낯섦과 설렘이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따스하게 그려지는 이 작품은, 스크린 너머의 관객에게도 조용한 울림을 남긴다. 영화 '연의 편지'는 10월 1일 개봉하며, 외전 웹툰은 그 하루 전인 9월 30일 공개된다.
누군가의 서랍 속에 남겨졌을지도 모를 또 다른 편지처럼, 이 영화는 문득 꺼내 읽고 싶어지는 기억 한 장을 우리 마음속에 남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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