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이달 초, 서초청년센터에서 열린 청년작가 토크콘서트에 참여했다. 특별전시회 이후 다시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라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바쁜 일정 속에서 ‘과연 참여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막상 그 자리에 앉아 보니 짧은 시간 안에 담긴 의미가 얼마나 깊고 따뜻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행사장에는 간단한 다과와 소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아이스크림 콘을 모티브로 한 연출은 소소하지만 큰 감동을 주었다. 단순한 네트워킹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작가로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을 전해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순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 검정 무지개와 아이스크림을 그려보았다.
검정은 모든 색을 담고 있는 색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깃들어 있다. 무지개는 청년작가들의 다채로운 개성과 이야기를 상징한다. ‘검정 무지개’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언젠가 피어날 우리의 잠재력을 은유하는 상징이었다. 그날 서로의 목소리를 나누며, 보이지 않던 색들이 차례로 드러나는 듯한 순간을 경험했다.
아이스크림은 잠시지만 확실한 달콤함을 준다.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를 남긴다. 이번 토크콘서트 역시 그러했다. 한정된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눈 대화는 오래 남을 힘과 위로가 되었다. 여러 맛이 어우러져 하나의 아이스크림을 완성하듯, 작가들의 각기 다른 경험과 시선이 모여 한 자리를 풍성하게 채웠다.
강연은 현실적인 울림을 주었다. 요즘 미술시장의 양면성과 구조, 그리고 청년작가가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 빠르게 변하는 유행 속에서도 결국 지켜야 할 것은 작가 스스로의 중심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그것이 작가로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토대임을 다시금 깨달았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것은 작가들 간의 진솔한 대화였다. 각자의 작업과 고민, 앞으로의 바람을 나누며 서로에게서 연대와 공감을 발견했다. 예술가의 길은 때로 고독하지만, 함께 걷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된다.
이번 자리를 세심하게 준비해 준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이스크림 콘 하나에도 배려가 담겨 있었기에, 그날의 기억은 더욱 따뜻하게 남았다. 또한 함께한 청년작가들을 만나 반가웠고, 앞으로도 이런 인연이 이어져 서로의 여정을 응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검정 무지개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수많은 색을 품고 있다. 언젠가 그 색들이 하나씩 드러나 찬란한 무지개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번 토크콘서트가 남긴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은 기억을 마음에 새기며, 다시 용기와 희망을 안고 작업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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