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추석이 다가오면서 쌀값이 크게 오르자 전국 떡집마다 깊은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떡의 주재료인 찹쌀 가격이 지난해보다 약 60% 급등하면서, 송편을 비롯한 각종 떡 가격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명절 매출이 크게 줄어든 상황까지 겹치며, '대목'이라 불리던 추석 장사조차 예년만 못하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찹쌀 한 가마(80kg) 가격은 약 40만 원에 육박해, 지난해 24만 원 수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멥쌀 가격도 함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떡집에서는 멥쌀로 가래떡, 꿀떡, 백설기, 송편을 만들고, 찹쌀로는 인절미나 약밥을 만든다. 멥쌀 한 가마니 가격도 지난 한 해 10만원 정도 올랐다고 이야기하는 가게가 많았다. 하지만 손님들이 '떡은 원래 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다는 게 업주들 공동의 고민이다. "올해는 그냥 덜 번다고 생각해야죠"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지난해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쌀값 하락을 막으려고 시장격리를 실시했던 탓에, 유통업체 재고가 줄어든 것도 이번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찹쌀 평균 소매가는 1kg당 약 6,400원대까지 올라 작년보다 61% 넘게 뛰었다. 멥쌀(20kg)은 지난해보다 약 30% 오른 6만6,000원가량이다.
다른 지역 떡집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상인은 "쌀집에서 멥쌀 20kg을 6만1,000원에 받아오는데, 작년만 해도 4만7,000원~5만 원 정도였어요"라며, 떡값 인상 폭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지만 마진이 확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어떤 곳에서는 송편 500g 가격을 20% 정도 올렸다는 사례도 있다.
오른 건 떡값만이 아니다. 식혜 판매점도 덩달아 영향을 받고 있다. 쌀값이 오르니까 엿기름값도 따라 올라, 일부 업체는 식혜 가격을 500원가량 인상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명절 대목은 옛말"이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추석이면 가족들이 모여 떡을 넉넉하게 주문하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로는 모임 자체가 적어지고 차례도 간소해지면서 떡 주문량도 뚝 떨어졌다. 한 떡집 주인은 "예전엔 1말, 2말씩 주문이 흔했는데 이제는 1~2kg 정도만 주문하는 손님이 많다"며 예전 같지 않은 명절 분위기를 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봐도, 7월 기준 찹쌀 가격이 전년 대비 42% 가까이 올랐고, 쌀값 전반이 오름세임을 확인할 수 있다.
농산물과 가공식품 전반에 걸쳐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전통 먹거리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쌀값 급등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후 변화와 생산량 감소, 재고 부족 등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추석처럼 수요가 몰릴 때는 공급 불안으로 가격이 더 출렁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전통 떡을 부담 없이 즐기기 어려워지는 현실이다. 결국 업주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지만, 그마저도 마음이 편치 않다. 명절에 떡값 부담을 업주와 소비자 모두가 함께 져야 할 판이 됐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떡집도 가격을 언제, 얼마나 올릴지 고심하고 있고, 소비자도 명절 떡을 준비하려니 예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예상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쌀값 안정 대책이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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