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긴급히 만난 자리에서 조직 개편 철회 이후 금융 행정과 감독 전반을 어떻게 쇄신할지에 대한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앞으로는 소비자 중심의 행정과 감독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대통령실은 얼마 전 국회에 제출했던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개편 방침을 일단 철회하기로 했다. 개편 추진 과정에서 기관 내부의 반발과 외부의 비판이 거세지자 우선은 조직의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회동은 개편안 철회 이후 금융당국 수장들이 다시 모여 앞으로의 대응 방향을 논의한 자리였다. 특히 조직개편이 미뤄진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로라도 금융 행정과 감독의 틀 자체를 바꾸겠다는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입을 모았고,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현장과 소비자 중심으로 업무 방식 전환, 행정과 감독 과정의 공공성·투명성 제고 등을 최우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런 방향에 맞춰 두 기관은 조직, 기능, 인력, 업무 전반에 걸쳐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해킹 사고, 불완전 판매, 금융 범죄와 같은 문제에서 감독과 제재를 확실히 하겠다는 점과 함께,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국정 과제도 적극적으로 수행하겠다는 다짐을 재차 내놨다.
그동안 금융위의 일부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거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신설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됐지만, 조직 안정성과 내부 반발을 고려해 현재로선 보류된 상태다.
금감원 내부에선 개편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일부 직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 반대"를 외치며 검은 옷을 입고 시위에 나서는 등, 긴장감이 덜어지지 않은 모습이다.
노조에서는 특히 감독 권한이 분리될 경우 비효율과 감독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한 팀이 돼 국민 신뢰를 되찾겠다"며 결속을 다지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는 앞으로 정책 조정과 감독 기능 실행 면에서 양 기관이 일관된 행보를 보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또 금융당국은 최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등으로 발생한 금융 시스템 장애와 이에 따른 소비자 불편에도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계획이다.
이억원 위원장은 긴급 간부 회의에서 "금융 사고와 범죄로 인한 소비자 피해, 금융 행정 공공성과 투명성 부족, 현장 소통의 부재, 민생·실물경제 지원 부족 등 문제를 뿌리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와 위원회 심의 기능 내실화를 위해 관련 부처와 함께 조직과 업무를 개편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아울러 "제도 논의 중에도 묵묵히 본연의 일에 힘써준 직원들에게 고맙다"고도 전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당분간 두 기관은 조직 전체의 외형적 변화보다는 내부 역량 정비와 제도 개선, 감독 체계 개편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쇄신 선언은 금융당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선언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실제 조직 곳곳까지 변화를 확산시키는 실행력, 내부 반발을 조율하는 리더십, 그리고 제도적 안정성 확보가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흐지부지 끝날 수밖에 없다.
소비자 보호 강화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감독·제재 권한 조정, 부처 간 업무 재배치, 인력 이동 등 곳곳에 난관이 숨어 있다. 금감원 내부 반발이 거센 만큼, 조직의 안정성과 개혁 동력을 균형 있게 챙기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감독기구 변화가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감독 체계 개편이 금융회사들의 부담을 키우거나 제도의 혼선을 부를 위험도 무시할 순 없다. 앞서 조직개편 논의가 나왔을 때도 이런 우려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이 긴급히 만나 전면 쇄신 의지를 내비친 것은, 조직개편이 잠시 멈춘 상황에서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융 행정과 감독은 국민과 시장의 신뢰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쇄신 의지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향후 조직 개편과 운영 방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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