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9월 28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상인증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특수목적법인(SPC)들을 통해 집행한 PF 대출에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쌓인 충당금만 192억원에 달한다. 기존 부실 사업장의 정리가 늦어지는 가운데 올해 새로운 부실까지 터져 나오면서,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반기 말 상상인증권의 20개 종속·관계기업 중 채권 손실이 발생한 곳은 총 11개사에 달한다.
이들 기업에 대한 손실충당금은 총 192억원으로, 작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상상인증권은 작년에 이미 특수관계자 채권 중 141억원을 대손상각비로 처리해 실제 손실로 반영했다.
이같은 부실은 다수 계열사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잇다. 상상인증권의 종속기업 10곳 대부분은 부동산 PF 대출을 위한 SPC며, 나머지 관계기업 1곳은 과거 상상인증권이 흡수합병했던 골든브릿지증권의 베트남 법인이다.
손실충당금 규모는 다이스제이차가 4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골든브릿지 베트남 증권이 3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상상인순천제일차(23억원) △에스아이제이차(23억원) △에스에프굿럭제이차(20억원) △에스아이제십구차(15억원) △에스아이제십칠차(14억원) 등이 수십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일례로 상상인증권은 2021년 다이스제이차를 통해 시행사 베네토아이앤디에 65억원을 대출했다. 이자율이 20%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리스크가 큰 부동산 PF 사업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해당 대출채권에서 미수수익 25억원과 손실충당금 3억원이 처음 발생했다. 베네토아이앤디가 이자를 내지 못하기 시작했고, 상상인증권이 손실에 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2년은 ‘레고랜드 사태’로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른 해였다. 금리 인상기에 부동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PF 사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했고, 저금리 시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실을 직접 떠안게 됐다. 상상인증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3년 다이스제이차가 보유한 베네토아이앤디 대출채권은 29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미수수익은 32억원으로 채권 원금 규모를 넘어섰다. 다이스제이차는 대출채권과 함께 이율을 10%로 인하했는데, 사업을 어떻게든 살려보려했던 조치로 해석된다.
올 들어 손실충당금은 47억원까지 불어났다. 최초 대출 원금이 65억원임을 감안하면 상상인증권은 원금과 이자를 거의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베네토아이앤디는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을 이유로 의견 거절을 받았으며, 사실상 청산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이스제이차뿐 아니라 상상인증권 산하의 다른 SPC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2023년까지만 해도 더 많았던 SPC들은 절반 이상 정리됐으며, 에스아이제십칠차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손실충당금이 13억원가량 증가해 새로운 부실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 PF 대손 부담이 올해도 계속되는 모양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상상인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 우려 익스포저 비중은 2024년 6월 말 25.9%에서 올해 6월 말 29.1%로 오히려 악화됐다. 기존 부실 사업장 정리에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우량 신규 사업을 확보하지 못해 잔존 자산의 위험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관계사 리스크는 상상인증권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과 맞물려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상상인증권은 2024년 473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73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구조가 고착화됐다. 수익을 내는 홀세일 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가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관계사 부실로 인한 추가적인 자금 유출은 회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윤민수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중소형 증권사의 PF 익스포저 양적 부담은 크게 감소했으나, 부실 우려 및 중·후순위 비중이 증가해 질적 부담이 내재한다”며 “잔존 사업장의 리스크가 증가하고 신규 우량 수주가 감소해 질적 위험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상상인증권 측은 부실 PF의 처리 방안과 관련해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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