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대한민국이 ‘디지털 블랙아웃’ 위기에 빠졌다. 주민등록·부동산·복지·교육·법원 등 국민 생활 전반의 서비스가 멈춰 서면서 첫 업무일인 29일 전국 곳곳에서 민원 대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추석 연휴까지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정부는 “최소 2주 이상 복구” 전망을 내놓으며 비상 대응에 나섰다.
이번 화재는 지난 26일 저녁 8시 15분, 리튬이온 배터리 이전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국정자원 본원은 국가 주요 정보 시스템이 집중된 곳으로, 단일 사고가 곧바로 전국적 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심장부’에 해당한다. 실제로 정부24, 국민비서, 온나라문서, 안전신문고, 정보공개포털 등 대국민 서비스가 줄줄이 중단됐으며, 주민등록 등 각종 증명서 발급과 민원 처리도 멈췄다.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도 마비돼 주택 임대차계약 및 부동산 거래 신고는 반드시 지자체를 직접 방문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고로 인한 신고 지연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교육 관련 증명서 발급, 장례·화장 시설 예약, 복지 포털 접속도 차단돼 국민 생활 전반에 직접적인 불편을 주고 있다.
▲속타는 복구 속도…“직접 피해 96개는 최소 2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9일 0시 기준 복구된 서비스는 39개로 복구율은 6%에 불과하다. 복구된 서비스에는 모바일 신분증 제출 기능, 우체국 금융 일부,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스템, 소방청 119 문자신고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신규 발급이나 우편 접수, 주요 행정업무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특히 전산실 5층에서 직접 피해를 본 96개 시스템은 서버 자체가 전소해 국정자원 대구 분원으로 이관 후 재구축해야 한다. 이는 물리적 장비 교체와 데이터 이관, 보안 점검까지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과 전문가들은 “100% 복구는 가능하지만 최소 2주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국 생활 현장 곳곳 불편 현실화
현장에서는 이미 불편이 현실화되고 있다. 우체국 금융 서비스는 인터넷 뱅킹, 카드 사용 등이 재개됐지만 택배·우편 접수는 여전히 차질이 크다. 추석 명절 물량이 몰리는 시점에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현장 접수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 전자소송 포털, 인터넷 등기소 일부 서비스도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법률·부동산 관련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 복지급여 신청과 진료기록 전송 지원 시스템 역시 마비돼 취약계층과 환자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자체 411개 전산망 가운데 64개가 중단되거나 오류를 일으켰다. 조달청의 나라장터 개찰도 연기돼 추석 전 조달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높다. 성범죄자 알림e, 아이돌봄 서비스, 청소년증 온라인 신청 등 국민 안전·복지와 관련된 서비스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근본적 보완책 마련” 지시
뉴욕에서 3박 5일간의 외교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은 곧바로 국정자원 화재 대응에 나섰다. 그는 귀국 직후 두 차례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국민께 큰 불편과 불안을 드려 송구하다”고 직접 사과했다. 현 정부의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공식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신속한 복구 △국민 불편 최소화 대책 △금융·택배·교통 등 민생 분야 민관 협력 △납세 등 행정 의무 지연에 따른 불이익 방지 등을 지시했다. 이어 “예측 가능한 일이었지만 대비책이 없었다”며 국가 운영 체계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전산망 이중화와 같은 근본적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2023년 전산망 장애 이후에도 장애 대응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며 “추석을 앞두고 국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각 부처가 비상한 자세로 대응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 추석 연휴 앞두고 ‘국민 불편 최소화’가 관건
정부는 국민 안전과 경제 활동에 직결된 시스템을 최우선으로 복구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금융·교통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의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추석 민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 국가 IT 인프라 관리의 총체적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국민 불편 최소화에 집중하되, 장기적으로는 정보자원 관리 체계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현장에서 수기 접수와 직접 방문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임시 조치를 통해 불편을 줄이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정상화까지는 최소 수 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대규모 불편 사태는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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