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24시]‘END 구상’에 나타난 북핵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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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4시]‘END 구상’에 나타난 북핵해법

이데일리 2025-09-29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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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이재명 대통령이 제8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은 ‘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민주 대한민국은 평화공존, 공동성장의 한반도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고 선언하고 “그 첫걸음은 남북 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의 자세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북 3원칙으로 상대체제 존중, 흡수통일 배제, 적대행위 금지를 재확인했다.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장


이 대통령은 “가장 확실한 평화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라며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즉 ‘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의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END)하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END 구상’이 “포괄적인 남북관계 전반을 다루는 접근”이라고 설명했지만 야당은 “북한의 편을 드는 끝없이 순진한 꿈”(국민의힘), “대한민국 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고 비판했다.

‘END 구상’의 핵심은 ‘관계정상화’다. ‘교류’는 신뢰를 조성하는 첫걸음으로 역대 모든 정부가 강조했던 내용이다.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 완성으로 이어지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도 교류협력을 통일과정의 첫 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역대 민주정부들이 표방했던 ‘평화경제론’도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조성해 정치·군사 문제를 해결하고 최종적으로 평화통일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END 구상’에서 관계정상화를 비핵화 앞자리에 배치함으로써 이전의 국제사회가 추진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라는 선 비핵화 정책으로부터 벗어나 관계정상화를 통해 비핵화를 추동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엄중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밝히며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단계적 해법을 제시했다. 이러한 단계적 해법은 이전의 폐쇄→불능화→폐기(2007년 2·13 합의), 동결→감축→비핵화로 이어지는 단계별 북핵 해법과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차이를 찾을 수 있다. 기존 북핵 해법에서 동결 단계는 신고·검증이 필수였다. 2005년 ‘9·19 공동선언’ 이후 후속합의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신고·검증단계에서 이견을 보여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3단계 북핵 해법의 첫 단계로 동결 대신에 ‘중단’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이 핵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 신고·검증 없이 곧바로 관계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의 ‘선 비핵화, 후 관계정상화’ 해법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선언적으로 표명하면 북미·북일 관계정상화를 통해서 비핵화를 추동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단계 ‘축소’는 북한의 핵 능력을 감축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북한 핵의 실체를 인정하고 북미 사이에 핵군축 협상 또는 군비통제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

북핵문제가 불거진 지 3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올 수 있는 해법은 거의 다 나왔다. 외부세계의 우려 사항과 북한의 요구사항을 ‘안보 대 안보 교환 방식’으로 수순(sequences)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해법이 관계 정상화를 앞세우는 것이다. 관계 정상화를 앞세울 경우 북한 핵보유를 인정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수많은 핵을 보유한 소련이 붕괴·해체된 경험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미관계 정상화를 앞세운 한반도 냉전해체 구상과 북핵 해법을 모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ND 구상’은 당장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END 이니셔티브’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가 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페이스메이커의 전략구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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