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의 코스모스를 노래함
김명인
길섶에 뿌려놓은 코스모스 여름 내내
초록줄기를 뻗더니
길가에 추분의 꽃대들을 잔뜩 세웠다
아침나절에 내려놓는 햇살 제법 선선해졌지만
아직도 한 무더기 무더위가 짓누르는 한낮,
코스모스가 이룩한 생산은 수백수천
꽃송이를 일시에 피워낸 것인데
오늘은 우주의 깃털바람 그 꽃밭에다
하늘하늘 투명한 햇살의 율동 가득 풀어놓고 있다
알맞게 온 색색의 꽃잎들이 결을 맞춘다
새털처럼 가벼워진 지구가
코스모스 잎잎 위에서 저마다의 이륙을 준비한다
김명인(1946∼) 시인은 경북 울진 후포 출신으로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반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했다. 시집 <동두천> (1979), <머나먼 곳 스와니> (1988), <물 건너는 사람> (1992), <푸른 강아지와 놀다> (1994), <바닷가의 장례> (1997), <길의 침묵> (1999), <바다의 아코디언> (2002), <파문> (2005) 등을 펴냈다.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이형기문학상을 수상했다. 섬세한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관조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파문> 바다의> 길의> 바닷가의> 푸른> 물> 머나먼> 동두천>
윤종대 ‘자연유희(코스모스’)(2016). Oil on canvas, 65.1x45.5cm.
윤종대(1965∼ )는 경북 청송 출신으로 ‘코스모스 화가’로 불린다. 영남대 서양화가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 행복했던 고향의 이미지를 코스모스로 형상화하고 있다. 가을바람이 불면 시골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코스모스는 어릴적 추억과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향수 어린 꽃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를 노래함 / 이기순 시, 이흥렬 작곡 / 소프라노 조수미
이흥렬(1909~1980)은 함경남도 원산 출신으로 동경음악대학에서 공부했다. 1936년 홍난파와 함께 경성 방송 관현악단을 조직했다. 이때 작곡한 노래가 <바위고개> 다. 사랑이 넘치는 가곡들을 많이 남겨 ‘한국의 슈베르트’라 불린다. 1946년 중고등학교 음악 교과서를 만들어 냈다. 1957년까지 원산 광명학교, 경성보육학교, 배재중학, 풍문여중고에서 음악교사로 근무했다. 〈봄이 오면〉, 〈섬집 아기〉 등 우리에게 친숙한 곡을 많이 작곡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학장을 지냈다. 바위고개>
‘코스모스를 노래함’은 모교인 원산 광명학교 교사 시절 친구인 시인 이기순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이흥렬은 시인 이기순이 일찍 세상을 떠나 자신의 시가 널리 노래로 불리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을 아타까워했다고 한다.
■ 김시행 저스트이코노믹스 논설실장: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산업부, 증권부, 국제부, 문화부 등 경제·문화 관련 부서에서 기자, 차장, 부장을 두루 거쳤다. 한경 M&M 편집 이사, 호서대 미래기술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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