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움을 나누는 추석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고 가족과 정을 나누는 명절은 단순한 연휴가 아니다. 살아온 뿌리와 정체성을 되새기며 세대 간의 기억과 문화를 잇는 소중한 시간이다. 고향의 멋과 맛은 그저 음식이나 풍경만은 아니다. 세월을 견뎌온 삶의 방식과 전통,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송편을 빚던 부엌의 풍경, 지글지글 전 부치던 냄새, 정성껏 차려진 차례상에는 조상의 지혜와 부모 세대의 손맛이 배어 있다.
고향의 맛은 단순한 미각의 향수가 아니라 가족의 기억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잇는 문화 자산이다. 하지만 도시화와 생활 방식의 변화로 전통적인 명절 풍경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명절은 간소화되고 고향 대신 여행지를 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추석의 의미가 점점 흐려진다. 소중한 고향의 명절을 어떻게 지키고 이어갈 것인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의 전통문화와 향토자산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지역 박물관, 문화센터, 마을 공방 등을 단순한 전시공간이 아닌 ‘체험형 문화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귀향인들이 고향문화를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추석 연휴를 향토 음식 만들기, 마을 음악회, 세대 공감 토크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연계한다면 고향은 단순히 ‘들렀다 가는 곳’을 넘어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다.
고향을 찾는 귀향객들이 자연스럽게 지역의 홍보대사가 되도록 유도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 이벤트, 체험 후기 공유, 지역 특산물 소개 등 온라인 홍보 콘텐츠를 통해 고향의 멋과 맛은 확산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소비를 넘어 지역경제, 관광산업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주민은 일상의 삶 속에서 전통을 지키고, 고향의 고유한 문화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명절이면 돌아오는 귀향객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마을의 변화를 함께 이야기하며, 정을 나누는 환대는 고향의 품격과 추억을 소환하는 중요한 요소다.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지역 공동체 스토리를 기록하고 나누는 일은 고향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다.
고향을 찾는 방문객의 자세 또한 중요하다. 단순히 음식과 풍경을 즐기는 관광객이 아니라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공감하는 손님’이 돼야 한다. 마을을 거닐며 과거의 흔적을 느끼고 어른들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추억을 공유하는 경험은 고향과의 정서적 유대를 더욱 깊게 만든다. 자신이 경험한 고향의 빛을 사진과 글로 남기고 온라인을 통해 나누는 것도 고향 사랑의 한 방식이다. 고향은 누구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다. 추석은 그 둘을 연결하는 시간이다. 고향의 멋과 맛을 지키고 전하는 일은 모두의 몫이다.
올 추석, 고향의 멋과 맛을 온전히 느끼고 그 가치를 함께 지키는 작은 실천을 시작하자. 향수(鄕愁)는 상(床) 위에 차려진 음식만이 아니라 고향을 잇는 마음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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