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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내세운 조기 인사…8개 수장 바꿔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총 8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주요 조직도 재편하는 내용이다. 특히 지난해보다 약 한 달 빨리 단행된 ‘조기 인사’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는 경영 환경의 급격한 변화, 실적 부진 계열사 대응,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리더십 재정비에 방점을 둔 결과로 해석된다. 그룹 관계자는 “성과 중심 경영 체제를 강화하고, 본업 경쟁력 회복과 신성장 전략 실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139480) 부문은 이커머스 체질 개선이 핵심이었다. SSG닷컴 대표로는 온·오프라인 요직을 거친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쿠팡·배달의민족 등의 빠른 배송이 신선식품 부문까지 침범하는 상황에서 이마트와 SSG닷컴 간 긴밀한 협업 구축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본업 경쟁력 강화·디지털 퍼스트를 동시에 외치는 정용진 회장의 색채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지마켓의 경우 알리바바 산하 동남아 플랫폼 라자다를 이끌었던 제임스 장(장승환) 대표가 내정됐다. 지마켓은 현재 신세계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조인트벤처(JV) 체제에 속해 있다. 글로벌 판매자(셀러) 유입과 인공지능(AI) 기반 테크 고도화를 겨냥한 인사로 풀이된다. 이질적인 두 플랫폼 간 시너지를 조율하며 본격적인 성과를 이끌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놓여 있다. 그는 1985년생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정용진 회장이 젊은 감각에 기대를 걸고 과감한 용인술을 펼친 사례로 평가된다.
조직 개편도 이어졌다. 이마트는 이마트·트레이더스·에브리데이·노브랜드의 네 사업부 체계로 정렬하고 판매 조직을 세분화했다. 트레이더스에는 점포운영담당을 신설했고 SCM(공급망 관리)과 컴플라이언스 조직은 대표 직속으로 격상시켰다. W컨셉은 글로벌담당을 신설해 해외 확장 기반을 강화했다. 계열사별 실행력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능 단위 재편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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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술 끝” 정용진·정유경 이젠 성과로 입증
정유경 ㈜신세계 회장은 백화점 중심의 패션·면세 계열에 방점을 찍고 정비에 나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 대표에는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 대표에는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각각 선임됐다. 신세계인터는 최근 소비 침체 등 영향에 영업이익이 지속 감소 중이다. 면세점 역시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갈등, 외형 정체 등 리스크가 누적된 상황이다.
핵심 인사 이동도 있었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시그나이트(벤처캐피탈 계열사)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겸임하게 됐다. 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AI 기반 커머스 기술 전환을 이끌 중책이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도 사장으로 승진해 신세계센트럴 대표직을 함께 맡으며 백화점 리뉴얼과 중장기 전략 수립을 총괄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부여하는 정유경 회장의 책임경영 색채가 돋보인 인사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전략기획 기능 강화를 위해 ‘뉴 비즈(New Biz)’ 테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신세계디에프는 MD(상품기획) 총괄과 영업·마케팅 총괄의 이원 체제를 도입하고, 본점과 인천공항점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이관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 신세계인터는 뷰티&라이프 부문을 ‘코스메틱1·2’와 ‘자주’ 부문으로 세분화해, 브랜드 단위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이번 인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양 회장이 각각 마주한 구조적 과제를 풀기 위한 ‘실행 중심 인사’로 풀이된다. 정용진 회장은 이커머스 수익성 전환과 물류 경쟁력 확보가, 정유경 회장은 본업 경쟁력 회복과 신사업 확장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SSG닷컴의 퀵커머스 ‘바로퀵’, 백화점 리뉴얼, 면세점 수익성 등은 내년 실적을 가늠할 핵심 지표이자 양측 리더십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용진·정유경 회장이 각자 체제를 통해 어떤 실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시험받는 출발점”이라며 “성과가 없다면 조직의 방향도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내년은 두 회장 모두에게 실질적인 리더십이 검증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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