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는 생태교란종이 한국에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춘 사례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붉은귀거북이다. 해외에서는 수십 년간 퇴치에 실패했지만, 한국은 강력한 정책과 전 국민적 대응으로 개체 수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붉은귀거북은 눈 뒤 붉은 줄무늬로 쉽게 구분되는 북미 원산의 거북이다. 1990년대 값싼 애완용으로 국내에 대량 유입됐고, 이후 무분별한 방생으로 전국 곳곳에 퍼졌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지금부터 자세히 알아본다.
붉은귀거북은 어떤 동물인가
붉은귀거북은 미국 남부와 멕시코 일대가 원산지로, 한때는 손바닥만 한 크기로 팔리며 ‘국민 애완용 거북’으로 불렸다. 성격은 비교적 온순하고 조용하지만, 위협을 느끼면 물거나 꼬리를 흔들며 방어 행동을 보인다. 수중 생활을 주로 하며, 햇볕을 쬘 때는 육지로 올라와 갑각을 말리기도 한다. 먹이를 찾을 때는 활발하고, 다른 거북과의 사회적 행동도 보인다.
식성은 잡식성이라 개구리알, 수초, 수생곤충은 물론 토종 물고기까지 닥치는 대로 먹는다. 번식력 또한 강력해 한 번에 20~30개의 알을 낳고, 수명이 40년 이상으로 길다. 문제는 성체가 되면 30cm 이상으로 자라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애완용으로 들였다가 버리거나 종교의식 등으로 방생되는 경우가 잦아졌고, 풀려난 개체들이 토종 거북의 서식지를 빠르게 차지하면서 대표적인 문제종으로 떠올랐다.
외래종이 생태계에 끼치는 피해
붉은귀거북은 국내에서 천적이 없어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여러 피해를 불러왔다. 천연기념물인 남생이를 비롯한 토종 거북의 서식지를 빼앗고, 하천 생물들을 마구 잡아먹어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렸다. 병원균 전파 우려까지 겹치면서 2001년 환경부는 붉은귀거북을 법정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했고, 이후 2009년에는 포획 보상제를 도입해 본격적인 퇴치 작업에 들어갔다.
주말마다 열리던 ‘거북이 포획 행사’와 전문 포획단의 꾸준한 활동이 이어지면서 개체 수는 빠르게 줄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전국적으로 붉은귀거북 개체 수가 60% 이상 감소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다시 발견된 붉은귀거북
그러나 최근 발견된 사례가 있다. 지난 17일 KBS와 KNN 보도에 따르면 부산시민공원 내 연못에서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직접 그물을 건져 올리자, 붉은귀거북과 중국줄무늬목거북, 리버쿠터 등 외래 거북이 잇따라 잡혔다. 토종 남생이나 자라는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아, 연구진은 “토종 개체는 사라지고 외래종만 활개를 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붉은귀거북 퇴치 성과가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재유입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애완용으로 키우다 버리거나 방생하는 일이 반복되면 개체 수가 다시 늘 수 있다. 거북이를 비롯한 외래종은 끝까지 책임감을 갖고 기르고, 방생 대신 전문 기관에 맡기는 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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