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 주거래자들 ‘발 동동’…정부24 먹통에 “확정일자 받아야 하는데”
이번 정부의 전산망 기능 먹통 사태에서 우체국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가장 크게 터져 나왔다. ATM 이용과 카드 사용이 제한되면서다.
28일 방문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우체국 내 ATM기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예금·보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 입금, 출금, 이체, ATM 이용, 보험금 지급 등 모든 금융서비스가 중단됐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결제 서비스 중단으로 불편을 겪는 경우도 발생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전문병원에서 진료를 본 한 환자는 우체국 카드로 진료비를 내려고 했지만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병원 직원은 “우체국 카드를 쓰시는 분들은 결제가 어렵다”며 보호자나 대체 결제 수단이 없는 환자는 다음 방문 때 비용을 납부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일요일 아침부터 우체국 뱅킹이 막혀서 월세를 못 내 동생이 돈을 꿔 달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게시자도 “원서를 넣어야 하는데 우체국 복구가 늦어질까 걱정된다. 월요일 소인까지 인정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하소연했다.
명절을 앞두고 택배 물류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명절 시즌에는 계약 택배사가 없어 우체국 창구 접수에 의존하는데 이번 사태로 난감하다”, “택배사들이 기존 업체 물량도 자르고 있는데 신규 오더는 받겠나” 등의 우려가 전해지고 있다.
정부24를 통한 각종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피해를 본 시민도 많았다. 전셋집을 재계약한 뒤 증액분을 한 번에 납부한 선모(28)씨는 확정일자를 받지 못해 추후 보증금을 보호받지 못할까 봐 애가 탄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등록 등본이나 초본,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신청까지 가능한데 확정일자만 막혀 있는 게 말이 되냐”며 “월요일에라도 반차를 내고 주민센터에 직접 가야 할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민원 서비스가 막히면서 월요일인 오는 29일 행정복지센터(주민센터)와 구청 등에 민원인이 몰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경기도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이모(29)씨는 “원래도 월요일은 가장 붐비는 날인데 내일은 이용자가 더 몰릴 것 같다”며 “다만 정부24에서 되지 않는 작업들이 주민센터를 방문한다고 해서 모두 해결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국가 시스템 신뢰 흔들려…화재 대비책도 없어” 시민들 비판 빗발쳐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해 국정자원의 주요 장비가 가동을 멈췄다. 정부는 긴급 복구에 나섰고, 28일 오전 7시 기준 네트워크 장비의 50% 이상이 재가동됐다. 핵심 보안장비 역시 전체 767대 중 763대 이상 복구됐다. 하지만 아직 정상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해 곳곳에서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국가의 핵심 정보 시스템이 화재 하나로 마비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30년 경력의 엔지니어 권모(64)씨는 “대기업은 평소에 장비를 이중화해 문제가 생기면 바로 다른 장비로 전환한다”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국가 핵심 데이터를 다루는 곳인데 백업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모(70)씨도 “과거 KT 전화국 화재 때도 혼란이 컸는데, 이런 일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안이었다”며 “민간 기업이었다면 이번 사태로 신뢰를 잃고 망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30대 여성 박모씨는 “조선 시대에도 화재와 전란을 우려해 실록을 여러 곳으로 나눠 보관하며 만일에 대비했다”며 “옛날보다 더 부실한 체계인 줄 몰랐다”고 비판했다.
초동 대응책을 미리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상남도 창원에 사는 40대 서모씨도 “불이 난 건 이해하지만 화재 하나 때문에 정부 시스템이 통째로 멈춘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초동조치 방안을 미리 마련해놨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