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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검찰청을 해체해 업무를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나누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의 세부 설계안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1년 후 새 제도 시행 전까지 부작용 없는 ‘촘촘한 제도 설계’가 가능할지를 두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정부 조직 개편의 얼개가 담겼다. 검찰청 폐지라는 방향성이 명확히 담겼지만, ‘국가행정기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의 대강을 정함’이라는 정부조직법의 목적상 구체적 내용은 담기지 않고,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과 관련해서도 ‘검찰’ 용어를 삭제해 다른 용어로 대체하는 수준만 담겼다. 우선 법무부 업무와 관련해 장관의 사무 관장 대상 중 ‘검찰’을 ‘검사사무’로 변경하고, 검찰청의 용어를 ‘공소청’으로 대체했다.
‘검찰청 조직·직무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는 기존 32조 3항 속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의 ‘사무 관장’ 조항에 중대범죄수사청을 두도록 하고, 중수청 관련된 내용은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한 것이 전부다.
◇1년 새제도 설계 가능할까…법조계 “너무 촉박”
검찰 개혁과 관련된 시행 시기는 다른 정부조직과 달리 ‘공포 후 1년’이라는 상대적으로 긴 유예기간을 뒀다. 결국 국회가 1년 내에 ‘공소청’과 ‘중수청’의 조직·직무범위를 규정한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 것이다.
일단 당정은 검찰청을 없애고 공소청과 중수청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세부적인 제도 설계를 법무부와 행안부 중심으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78년 동안 이어져 온 ‘검찰 중심’의 형사사법체계를 뒤엎는 작업인 만큼 실제 제도를 운용하는 정부 조직이 나서 촘촘한 제도 설계를 하겠다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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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조계에선 1년이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형사사법체계가 졸속으로 되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고, 거꾸로 나쁜 놈이 처벌을 피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며 “1년 내에 수많은 부작용을 없앨 수 있는 촘촘한 설계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섣부르게 제도 개편에 나설 경우 ‘수사 지연’이라는 큰 부작용을 남긴 문재인정부의 ‘수사권 조정’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핵심 측근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지속적으로 ‘촘촘한 제도 설계’ 필요성을 강조하며, 현 제도는 물론 예상되는 부작용을 해소할 방안을 담겠다고 공언했다.
◇“‘검찰 악마화’ 프레임 보다는 ‘피해자 보호’ 집중해야”
하지만 ‘중수청 소속’을 정하는 얼개를 두고도 여권 내 이견과 갈등이 노출됐던 상황에서, 각론에 대한 논의가 온전히 ‘정부 중심’으로 될지에 대해선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정부 내에서 필요성에 제기되는 ‘공소청 보완수사권 부여’, ‘공소청 전건 송치’ 등을 두고 여당 내 강경파들이 쉽게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공소청의 명확한 직무범위 설정이 나머지 제도 설계의 전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소청 직무에 대한 합의가 지연될 경우 1년 내 새제도 완성이란 목표 실행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당내 강경파 다수 중에는 강성 지지층을 뒷배 삼아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 공천을 노리는 경우가 많아,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여권 내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엉성하게 제도 설계를 할 경우,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고 후폭풍은 온전히 집권세력의 책임”이라며 “각론 설계에서 ‘검찰 악마화’ 같은 프레임보단 ‘권력 분산’과 함께 ‘피해자 보호’라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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