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산망 마비…정부 데이터센터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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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산망 마비…정부 데이터센터 화재

금강일보 2025-09-28 15:30:59 신고

▲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 모습. 정근우 수습기자

국가 전산망을 책임지는 핵심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정부 주요 서비스가 한순간에 멈췄다.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경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불이 나 정부 온라인 행정 서비스 상당수가 중단됐다. 단일 시설에 집중된 운영 구조와 서버·배터리 체계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은 배터리 교체 작업 도중 한 팩이 폭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전산실에는 서버와 배터리가 함께 설치돼 있었고 공간은 이중 격벽 구조로 막혀 있었다. 서버와 배터리 사이 간격은 60㎝에 불과해 소방대원이 몸을 들이밀기조차 힘들었으며 서버 간 통로도 1.2m에 불과했다. 내부 온도는 한때 160도까지 치솟으며 진입을 어렵게 했다.

대전유성소방서는 27일 오전 브리핑에서 “배터리팩을 분리해 외부로 옮기려 했으나 케이블 절단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해 폭발 위험이 커졌다”며 “대원의 안전을 위해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리튬 배터리 화재는 가스계 소화설비로는 대응이 어렵고 결국 대량의 물로 냉각하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진화 수단이 없다”며 이번 화재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이처럼 무작정 물을 퍼부을 수 없는 상황에서 소방당국은 연기와 열기를 송풍기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진화에 나섰다.

화재 발생 10시간 만인 27일 오전 6시 30분경 초진이 이뤄졌으나 내부 배터리에서 다시 불이 살아나며 재발화가 이어졌다. 리튬 배터리의 특성상 내부 화학 반응이 끝나지 않으면 불길이 꺼지지 않고 되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자원은 전산실 온도를 유지하던 항온·항습기가 고장 나면서 서버가 위험하다고 판단, 모든 장비 전원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647개 온라인 행정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전산실 내부 서버는 장시간 고온에 노출돼 대부분 소실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는 진화 이후 내부 진입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게 당시 설명이었다.

상황이 장기화하자 행정안전부는 곧바로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전환했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27일 브리핑에서 “국민께 큰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 항온·항습기와 네트워크 장비를 우선 복구해 주요 서비스부터 정상화하겠다. 대체 사이트 안내와 수기 접수 체계를 가동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다.

27일 오후 소방당국은 전산실에 있던 배터리 384개를 모두 분리해 외부 이동식 수조에 담가 냉각하는 데 성공했다. 반출 과정에서 폭발 위험이 따랐지만 수조에 담가 안정화하면서 재발화 우려를 근본적으로 줄였다. 장기화할 것으로 보였던 화재는 배터리 제거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됐다. 27일 오후 6시경 소방당국은 완전 진화를 공식 선언했다. 대전시는 “냉각된 배터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 정밀 감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재로 인한 여파는 국민 생활 전반으로 번졌다. 정부24를 통한 각종 증명서 발급이 중단됐고 국민신문고 민원 접수가 멈췄다. 복지로 시스템이 멈추면서 복지급여 신청에 차질이 생겼고 나라장터 전자입찰도 중단됐다. 우체국 금융·보험과 택배 접수 업무도 영향을 받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물류 지연 우려가 커졌으며 일부 교통 할인과 신분 확인 서비스도 차질을 빚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2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카카오 서비스가 장시간 멈춰 사회적 혼란을 불러왔는데 발화 원인 또한 UPS 배터리였다. 정부는 사건 이후 전산장애를 재난 범주에 포함하고 복구 시간을 단축하겠다고 했지만 불과 2년여 만에 국가 핵심 데이터센터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됐다. 서버와 배터리가 한 공간에 설치된 구조적 한계, 단일 시설에 과도하게 집중된 운영 방식의 허점은 여전히 보완되지 않았다.

정부는 28일부터 전산 시스템 재가동을 시작했다. 행안부는 이날 오전 7시 기준 네트워크 장비의 50% 이상, 핵심 보안장비는 99% 이상 복구됐다고 밝혔다. 항온·항습기는 새벽 5시 30분 복구를 완료해 정상 가동 중이다. 정부는 직접 피해가 없는 551개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재가동해 서비스 정상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전소된 환경에서의 복구보다 이전 재설치가 유리하다고 판단해 화재에 직접 피해를 본 96개 시스템은 대구센터 내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전을 검토한다”며 “민원 처리 지연, 증명서 발급 차질 등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드리게 되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대전경찰청은 전담팀을 꾸려 작업 과정 등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으며 소방·국과수와 함께 정밀 감식을 통해 정확한 발화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글·사진=정근우 수습기자 gn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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