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드론이 최근 분쟁지역에서 혁신을 보여주고 있지만, 만능은 아니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8일 영국의 국제안보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북대서양조약기구인 나토(NATO)가 전통적인 화력과 기갑·포병 전력 등을 대체하기 위해 대량의 드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실수라며, 드론은 기존 전통적인 전력을 보조하는 역할에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저스틴 브롱코 RUSI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러-우 전쟁에서 수백만대의 FPV(First-Person View) 드론, 즉 드론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고글을 통해 볼 수 있는 드론과 수천 대의 자폭(One-Way Attack) 드론이 재래식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보완하는 형태로 전장에서 우세를 점하자, 기존 재래식 전력을 통한 공중우세와 기갑 기동전과 같은 교리를 무의미하고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국방 관계자들 사이에서조차 대량의 드론이 재래식 무기인 화포, 전차, 전투기, 잠수함보다 전투력과 치명성, 효율성에서 우위라는 생각이 확대되고 있다.
브롱코 연구원은 이런 인식 변화로 나토가 대규모 저가 드론과 장거리 자폭드론에 지나치게 의존해 기존 무기체계를 대체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자전과 재밍 기법으로 드론 공격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어 드론을 이용한 공격 효과가 제한적이고, 드론도 재래식 무기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며 “드론은 재래식 무기와 함께 복합적으로 운용할 때 전투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비단 러시아뿐 아니라 드론 대응체계를 잘 갖춘 국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러-우 전쟁에서 드론의 활약이 새로운 전쟁 양상을 보여주며 드론의 군사적 가치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면서 더욱 많은 드론이 전투지역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200만대의 FPV 드론과 10만대의 장거리 자폭드론을 생산한 데 이어 올해는 45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대대적인 드론 생산과 전투 현장에서의 끊임없는 전술 개발을 통해 러시아에 맞서 대응할 수 있었다. 예컨대 지난 2022년 말 헤르손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소형 드론을 대량으로 운용하면서 러시아의 방어 진지를 파악하고 장거리 화력을 유도해 러시아가 지상 공세를 개시하기 전 전투력을 신속하게 약화시킬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속도와 규모로 전장을 형성할 수 있었고, 도시를 해방하는 성공적인 반격의 여건을 조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브롱코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군용 무인기 개발과 운용, 혁신 부문에서 앞선 전술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고 러시아의 공격에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며 “더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현재 러시아군의 공격 규모는 침공한 2022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훨씬 크고 지속적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드론의 다양한 군사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나토를 비롯한 RUSI,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 등 주요 군사기관과 싱크탱크들은 드론이 전자기, 해킹, 신호차단, 데이터 위변조 등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상용 프로토콜과 낮은 암호화 수준, 네트워크 중심 운용이 대규모 작전 데이터 노출과 피격 시 역추적·사이버 침투로 이어질 수 있다. 나토도 지난달 29일 ‘미래 무인전 주도 전략(Mastering the Future of Uncrewed Warfare)’ 보고서를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 등에서 FPV 드론과 자폭드론 등이 대량 투입되며 재래식 무기체계에 피해를 주고 있지만, 단독으로 모든 전투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전자전·재밍·사이버 공격 등으로 실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운용되는 드론이 GPS 교란과 지휘·영상 송수신 차단에 취약해지면서 최대 3km에 이르렀던 운용 가능 거리가 현재는 500m 이내로 줄었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러시아군의 전자전 장비을 이용한 집중 교란으로 수천에서 수만 대의 드론이 매달 격추되거나 기능이 상실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드론의 이 같은 취약성이 실제 전장에서 드러나면서 최근 우크라이나는 광섬유로 조종하는 드론을 전장에 투입하며 대응하고 있다. 드론과 지상관제소가 15~30km 길이의 광섬유로 만든 얇은 와이어로 연결돼 무선통신을 교란하는 전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무선 드론보다 일반적으로 더 무거울 뿐 아니라 민첩성이 떨어지고 바람에도 더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흔한 전장 환경인 울창한 숲에서 낮게 비행할 때는 나무에 얽힐 수도 있다. 결국 광섬유 드론도 완전한 보완책이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드론의 취약점 탓에 나토는 전차, 포병, 함정, 전투기 등 사람이 직접 운용하는 재래식 무기체계가 반드시 필요하고, 드론 등과 복합적으로 운용될 때 최대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일 기술의 만능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들도 드론이 대량 양산과 저가화, AI(인공지능) 통합 등으로 오늘날 전장의 주류가 됐지만 전자기전, 해킹, GPS 스푸핑 등 드론만의 구조적 약점이 여전히 노출돼 있어 이에 대한 획기적인 보완이 없다면, 완전하고 독립적인 대체 무기로 운용하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군도 드론 전력의 전략적 확대를 추진하며 단순한 양적 증강을 넘어 드론 운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러시아로부터 군사기술을 이전받고 있는 북한을 고려하면 이 같은 드론의 취약점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서일수 한국드론혁신협회 사무총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도 전파교란, 해킹 등 최근 지적되고 있는 드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응책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군에서는 광섬유를 이용한 드론의 실효성을 놓고 실증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첨단 암호기술인 ‘양자내성암호’를 적용한 대응책도 마련되고 있다. 현재 한컴그룹 계열사인 한컴위드가 방위사업청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주관하는 ‘양자내성암호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용 이종·다중 제어 전장감시 시스템’ 개발 과제를 내년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서 사무총장은 “드론과 지상의 제어 서버 간 통신을 양자내성암호 기술로 보호하면, 적군이 전파를 교란하거나 해킹하려고 해도 신호가 안전하게 암호화돼 탈취나 변조가 불가능하다”면서 실증이 완료되면 우리 군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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