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의약품에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한국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미국과 무역협정을 이미 타결해 15% 상한선만 적용받지만, 한국은 협상 지연 탓에 100% 관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트루스소셜에 “모든 브랜드·특허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미국 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은 예외”라고 했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은 앞다퉈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GSK는 5년간 300억달러, 미국 일라이릴리는 50억달러, 존슨앤드존슨은 550억달러, 아스트라제네카는 2030년까지 5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백악관 당국자는 “무역 합의가 이뤄진 EU와 일본은 공동 성명에 따라 의약품 관세율이 15%를 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한국은 7월 협상 당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는다”는 미국 측 언급이 있었지만, 최종 문안 합의가 미뤄지면서 당분간 100%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00% 관세 시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바이오의약품 기업들이 장기 계약 변경 등 직접적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액은 39억8000만달러(약 1.9%) 규모로, 대부분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SK바이오팜·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 부담은 자동차와 반도체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이미 한국산 자동차에는 25% 관세가 매겨지지만, EU·일본은 15%로 인하됐다. 반도체 역시 조사 대상에 올라와 있어 100% 관세 가능성이 거론된다. 철강·알루미늄도 50%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협상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외교가는 미국이 APEC 정상회의(10월 말)까지 한국과의 협상을 질질 끌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등 안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 중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은 양국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며 통화스와프 체결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가시적 진전은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협상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제약사뿐 아니라 자동차·반도체까지 대미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와 동시에 외교적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