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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안다상속연구소장] “내가 갑자기 죽으면 어떻게 될까.”
혼자 사는 노인은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 때가 많다. 독거 고령자들은 평생을 살아왔어도 마지막 길을 어떻게 맞이할지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족이 곁에 없다면, 특히 찾아오는 친척조차 드문 상황이라면 그 불안은 더 커진다. 주머니가 비어 생활이 빠듯하다면 걱정은 배가된다. 유언장을 남기거나, ‘마지막 노트’를 작성해 두더라도 그것을 찾아서 집행해 줄 사람이 없다면 헛수고가 되기 싶다.
결국 이들의 마지막을 책임져 줄 곳은 그들이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담당공무원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고독사의 모습으로, 외롭고 쓸쓸한 죽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앞서 고민한 일본은 해법을 모색해 왔다. 오사카시는 ‘엔딩 서포트(Ending support, 또는 End-of-life support)’라는 제도를 마련했다. 65세 이상이고, 자녀가 없는 주민이 50만엔(약 470만원)을 예탁하면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에게는 전담 담당자가 배정되어 매달 1번씩 안부를 직접 묻고 6개월마다 가정 방문까지 한다. 사망하면 장례를 치러주고, 남은 살림살이(유품)를 정리하며, 전기·가스·전화 등 생활계약도 해지한다. 미납된 병원비나 채무를 정리해 주고, 사망신고까지 대행한다. 노인이 살아 있는 동안에도 심리적 안정을 주고, 사후에도 존엄을 지켜주는 제도다. 오사카에서 시작된 이 제도는 나고야 등 주변 지자체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우리도 곧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민간 기업도 발 빠르게 뛰어들었다. ‘조문객 없는 장례식’과 같은 맞춤형 서비스가 등장했다. 장례뿐 아니라 사후 서류 처리, 친지 연락, 특수 청소까지 포괄하는 상품도 있다. 비용은 수십만엔에서 많게는 수백만엔에 이른다.
그러나 민간 서비스는 본질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계약 조건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서비스 품질을 어떻게 담보할지에 대한 감시 장치가 없다면 결국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일부 이용자들이 “약속된 서비스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부가 직접 품질 관리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사전 준비’다. 장례 방식, 유품 정리, 채무 정리, 유언 집행, 가족 연락 방법 등을 본인이 미리 문서화해두지 않으면 서비스 제공자도 본인의 뜻을 알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에서 독거노인의 상당수는 이런 준비를 하지 못한다. 생활이 곤궁한 이들에게는 장례비용 자체도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장례비용에 최소한 1000만~2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이런 경우 지자체가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해야 하는데, 사망자의 예금이 있어도 상속인을 찾지 못하면 그 돈조차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지자체가 상속인 동의 없이도 일정 요건 하에서 고인의 예금을 활용해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도 독거 고령자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일본에는 2023년 기준 생활이 불안정한 독거 고령자가 무려 743만명에 이른다. 한국은 인구 비례로 하면 200만~3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규모다. 이들의 공통된 고민은 결국 사회적 문제이며, 정부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책무다. 가족과 단절되었거나 친척이 없는 이들에 대한 권리 보장, 존엄 있는 삶과 죽음을 위해 무엇을 할지 구체적으로 논의하여 정책화하여야 한다.
일본 도쿄 아다치구의 ‘고립 제로 프로젝트’는 참고할 만하다. 구청과 복지기관, 보건소, 주민이 함께 네트워크를 구축해 고령자가 고립되기 전에 문제를 발견하고 지원한다. 지역 주민 중 ‘협력원(協力員)’을 모집해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고, 때로는 문을 두드리며 안부를 살핀다.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공동체가 직접 고독사를 예방하는 구조다.
결국 해답은 ‘공공과 공동체문화’에 있다. 지자체의 행정 지원과 더불어 이웃의 눈길과 목소리가 함께할 때, 혼자 사는 노인의 마지막은 덜 외롭고 더 안전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이 익숙한 동네에서 살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길 바란다. 그러나 공동체가 사라진 아파트 숲 속에서 혼자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무거운 과제다.
앞으로 독거 고령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 준비 없는 죽음은 남은 이웃과 사회에도 큰 짐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지역 공동체가 함께하는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갑자기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 죽음조차 외롭지 않도록, 공공과 공동체가 나서야 할 때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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