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1주년] ① K-문학 향한 세계인 시선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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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1주년] ① K-문학 향한 세계인 시선 달라졌다

연합뉴스 2025-09-28 07:0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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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문학상 수상·후보 이어져…작년 한국문학 해외 판매 전년比 2배 ↑

상반기 번역출판 지원 신청 작년보다 20% 늘어…"번역가 양성·지원 확대돼야"

수상 소감 밝히는 한강 수상 소감 밝히는 한강

한강 작가가 지난해 12월 11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청사에서 열린 연회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 주 = 한강 작가가 언젠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거라는 시각이 문단에선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그렇게 빨리 오리라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서점가에선 한강 열풍이 불었고, 신진 소설가들도 함께 명성을 얻었습니다. 영화·가요·드라마 등 'K-컬처'가 하나의 장르로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가운데 순수 문화의 대표주자인 소설도 마침내 'K'의 한자리를 꿰차게 됐습니다. 연합뉴스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지난 1년을 되돌아봤습니다. 그 성과의 기록과 한 단계 더 웅비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을 3편에 걸쳐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지난 4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밤을 건너는 이야기들: 한국문학을 만나다' 행사가 열렸다.

올해 스페인에서 신간이 출간된 김애란, 배수아, 손원평 작가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행사가 열린 마드리드 예술센터와 서점 '라 미스트랄'은 시작 1시간 전부터 현지 독자들이 줄을 늘어섰다.

다섯 번에 걸쳐 열린 세미나와 작가와의 만남은 전석 매진됐고 총 500명의 독자가 한국 작가들과 소통했다. 행사를 연 한국문학번역원의 전수용 원장은 "전보다 확연히 높아진 관심이 느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4월 스페인에서 열린 '한국문학을 만나다' 개막행사 현장 4월 스페인에서 열린 '한국문학을 만나다' 개막행사 현장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 달이면 한강이 한국 역사상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1년이 된다. 세계 출판계와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종전과 달라졌다.

문인들과 관계 기관 등은 K-문학이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을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 나가려면 실력 있는 번역가를 양성하고 좋은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혜순 시인 김혜순 시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 김혜순·정보라, 계속된 해외 문학상 수상·후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최근 1년 사이 세계 주요 문학상 수상자 명단과 후보에 한국 작가 이름은 꾸준히 올랐다.

시인 김혜순은 7월 '죽음의 자서전'으로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Internationaler Literaturpreis)을 받았다.

소설가 정보라는 1월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비록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한국 작가가 세계 3대 SF(과학소설)상 후보에 오른 첫 사례였다.

아동문학 분야에선 구돌·해랑 작가의 그림책 '국경'과 최연주 작가의 그림책 '모 이야기'가 3월 프랑스 소시에르상을 받았다. '모 이야기'는 5월 이탈리아 스트레가상 라가체 에 라가치 신인상도 거머쥐었다.

한국문학이 이처럼 세계 문학계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린 건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번역원이 집계를 시작한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작가의 해외 수상은 총 14건으로 연평균 1건 남짓이었다. 그러나 한강이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2016년 이후로는 그 수가 급격히 늘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우리 작가들이 해외에서 받은 문학상은 노벨상을 포함해 총 32건으로 연평균 4건에 달했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은 이후 한국문학의 작품성이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중국 작가 옌롄커는 이달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석해 "동아시아에서 한국 문학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해외 판권 수출된 한국문학 해외 판권 수출된 한국문학

작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해외 판권 수출 계약 소식을 알린 한국 문학 작품들. 왼쪽 위부터 이희주 소설 '성소년', 송유정 소설 '기억서점', 강지영 소설 '심여사는 킬러', 김하나·황선우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강민영 소설 '식물, 상점', 천선란 소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각 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늘어난 판권 수출 계약 "높아진 관심 체감"

K-문학의 판권 수출도 이전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해외 한국문학 번역서 판매 부수는 지난해 120만부로 전년도 52만부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번역원이 실시하는 해외 번역출판 지원 사업에도 올해 상반기 193건의 신청이 접수돼 작년 동기 160건보다 20%가량 늘었다.

한국 작품과 저작권 계약을 마친 해외 출판사에 번역 출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번역 출판 계약이 증가하면서 신청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년간 이희주, 송유정, 강지영, 김하나, 황선우, 강민영, 천선란 등이 잇달아 해외 출판사와 판권 수출 계약 소식을 전했다.

최근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을 받은 김기창 작가는 "한국 작품 판권이 해외에 판매됐다는 소식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더 자주 들려온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두터운 팬층이 있는 김금희 작가 역시 "출간한 책의 판권 문의가 전보다 더 빠르게 들어오는 걸 느낀다"며 "얼마 전 싱가포르국립대 학생들과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한국문학에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한강과 맨부커상을 공동 수상한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역시 이달 한국 독자들을 상대로 한 화상 강연에서 "한국의 위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한국어를 영어로 옮길 훌륭한 번역가가 정말 많아졌다"고 했다.

한강 작가와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한강 작가와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

한강 작가(오른쪽)가 2016년 5월 16일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뒤 시상식에서 번역가이자 공동 수상자 데버라 스미스와 기념 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작품 다양성·번역 장벽 넘으려면 번역가 양성 필수"

그러나 다양한 한국문학이 해외에 소개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양질의 번역을 위한 인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세계에서 비영어권인 한국어 사용 인구가 적다는 점에서 '번역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해외 독자와 소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번역원의 번역 지원이 가장 많이 이뤄진 작가가 한강이란 점도 그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전까지 번역원이 지원한 한강의 책은 28개 언어 76종에 달한다. 한강에게 맨부커상을 안긴 '채식주의자' 영어 번역은 대산문화재단이 지원했다.

번역원은 2008년 번역아카데미를 설립해 꾸준히 번역가를 양성하고 있다. 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번역원이 지원한 한국문학 번역서는 2001년 15종에 불과했으나 2014년 110종으로 처음 세자릿수가 됐고, 2019년부터는 매년 150종 이상이 출간됐다.

그러나 번역원과 대산문화재단 두 기관이 지원한 번역서는 3천종가량으로 여전히 일본의 10분의 1 수준으로 추산된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양질의 작품이 꾸준히 생산되고 해외에 소개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작가와 번역가가 생계 때문에 '투잡'을 하지 않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기창 작가 역시 "무엇보다 번역가를 양성하고 지원할 정책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낀다"며 "한국 작품이 해외에 소개되는 일은 번역가 없이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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