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신분증 못 쓰고, 무인 민원서류 발급도 중단…우체국 결제·송금 마비
추석 앞두고 우체국 택배 차질 우려, 일부 지자체 민원 서비스도 차질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26일 저녁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가 전산망 기능이 '먹통'이 된 초유의 사태가 27일 주말을 맞은 시민들의 일상에도 적지 않은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편하다는 장점에 사용하는 모바일 신분증이나 무인민원발급기를 아예 쓸 수 없어 낭패를 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우체국 시스템 마비로 모바일 뱅킹 등을 통한 금융 서비스도 중단됐고, 다음 주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와 우편을 처리 업무 차질도 우려된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부 전산 기능과 연계된 일부 대민 서비스에서 차질이 발생, 시민 불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신분 확인' 막혀 병원·여객터미널 혼란…인터넷 민원서류도 발급 못 해
모바일 신분증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일선 병원에서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대구에 사는 주부 A씨는 이날 오전 감기에 걸린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았다가 모바일 신분증 확인이 안 돼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A씨는 신분 확인이 안 돼 진료받을 수 없다는 병원 관계자 얘기를 듣고 어쩔 수 없이 아픈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돌아가 신분증을 갖고 다시 병원으로 가야 했다.
A씨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 참 힘들었다"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모바일만 믿기보다 신분증 같은 것을 갖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부산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김모(45)씨도 "병원을 찾을 때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하는데 밤사이 벌어진 일이라 모바일 신분증이 안된다는 내용을 못 들었다"며 "한 시간을 왔는데 병원 진료 접수가 어려워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을 맞아 무인민원발급기나 공공 웹사이트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던 시민들도 곤욕을 치렀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는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일부 여객선 탑승객이 무인민원발급기 이용 불가로 주민등록등본을 출력하지 못해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모바일 신분증마저 신규 발급이나 재발급이 중단된 탓에 신분증 확인 절차가 완전히 멈춰버린 것이다.
인천운항관리센터 관계자는 "탑승객 중 신분증을 깜빡 잊고 챙기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일단 선사 측이 한시적으로 신분증을 찍어둔 사진 등을 인정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가 빈발하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주운항관리센터는 '모바일 신분증과 무인발급기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으므로 여객선 이용자들은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 달라'는 내용을 SNS 등에 긴급히 공지하기도 했다.
부산시 주민 손용석(45) 씨는 정부 웹사이트에서 민원서류를 발급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손씨는 연합뉴스에 "부동산 관련으로 급하게 서류가 필요한데, 정부 사이트에서 가능했던 본인서명사실확인서와 인감증명서 발급이 막혀 당황스럽다"고 호소했다.
불편이 이어지자 일부 시민들은 마비된 정부 사이트 대신 필수 서류를 발급해주는 경로를 소개하는 게시글을 빠르게 공유하며 대처하기도 했다.
◇ 우체국 금융 먹통에 '발 동동'…추석 앞두고 택배 차질 우려
우체국의 금융·우편 기능 마비로 주말을 맞아 서비스를 이용하려던 적지 않은 시민들이 당혹해했다.
우체국 체크카드로 최근 민생회복지원금 10만원을 받은 이모(53)씨는 이날 오전 경기 의정부시 한 편의점에서 결제를 시도했지만 '은행/카드사 점검 중'이라는 오류 메시지가 떠 사용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우체국 모바일 앱이 실행되지 않아 계좌 이체 등 금융 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 곳에서 불이 났다고 대부분의 서비스 모두를 중단하는 상황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대구에서 있을 처조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박모(57·경기도 거주)씨는 "혼주에게 축의금을 우체국 계좌로 보내야 하는데 송금이 안 되는 것 같다"며 "나중에 보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뜻하지 않게 이런 일을 겪게 돼 좀 혼란스럽다"고 했다.
전통 방식의 한과로 유명한 강릉시 사천면의 한과마을 한 관계자는 "어제 우체국으로 주문받은 다량의 추석 선물 한과 세트를 택배로 보냈는데 정해진 도착 날짜에 정확하게 배달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우리 마을은 한과 주문이 많다"라면서 "추석 선물은 도착 날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면 배송 차질이 있을지 상황을 알아봐야겠다"고 초조해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이어졌다.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A씨는 "어제 발송한 물품을 구매하신 분이 오늘 받았다고는 하는데 월요일이 걱정이다. 검색해보니 배송 신청이 오프라인으로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혹시 안되면 어쩌지"라고 우려했다.
이밖에 "우체국 운송장 조회도 안 들어가진다", "우체국 뱅크가 주거래은행인데 대체 왜 안 열리냐", "우체국이 주거래 은행인 사람들이 제일 불쌍하다"는 등의 반응도 잇따랐다.
◇ 정부 연계 지자체 민원서비스 차질…119 신고 체계도 비상
지자체 일부 민원 서비스도 먹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홈페이지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 시설 화재 발생으로 인한 전북 시스템 일부 서비스 중단 안내' 배너를 내걸었다. 정부 시스템과 연계한 일부 지자체 시스템 이용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홈페이지에서 여권 방문 예약이나 도청 견학 예약을 하면 신청인에게 확인 문자메시지가 발송되는 데 이 기능이 현재 멈췄다. 도청으로 오는 교통편 혹은 지도 안내도 문자메시지로 받아볼 수 없다.
문자메시지 발송 서버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있어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전북도 관계자는 전했다.
이 밖에 공직자 이메일 발송 시스템이 먹통이 되고, 공직자 공인인증서 로그인 접속 불안정이 발생하는 등 지자체 내부 업무도 차질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국가 시스템 복구가 주말을 넘어 평일까지 어려울 경우엔 내부 결재와 업무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지역별 소방본부의 119 신고 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119 신고는 전화로는 가능하지만, 문자나 영상, 웹 등 다매체 신고가 불가능한 상태다. 신고자의 위치가 자동으로 뜨는 위치조회 기능도 현재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119 신고의 경우 전화 신고가 대부분이고, 문자 신고 등은 흔치 않긴 하지만, (다매체 신고로) 긴급 신고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속히 복구돼야 한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119가 위치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점을 고려해 전화번호 조회 등을 통해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 경기소방재난본부에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김호천 유형재 김상연 강영훈 임채두 장덕종 이성민 김용민 손형주 강영훈 심민규 허광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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