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에 화재가 발생, 전산망 등 국가 주요 서비스가 마비된 가운데 데이터센터 내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 예방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많은 데이터센터에서 배터리 열폭주 현상이 일면 불길을 잡을 수단이 마땅치 않고 데이터센터와 인접해 전기차 충전 시설도 다수 설치, 외부 불길 유입 요인도 다분하기 때문인데 전문가들은 관련 대응 매뉴얼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2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5년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 947건 중 리튬이온배터리로 인한 사고는 모두 740건이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93이 발생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내부 화학반응이 끝날 때까지 불이 지속되고 물을 이용한 진화 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이산화탄소 소화기 등 가스소화시설을 이용한 산소공급 차단 방식으로 진화가 이뤄지지만, 연소 차단에는 한계가 명확한 상태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 당시에도 데이터 소실을 우려해 화재 초기에는 이산화탄소 소화기로 불길을 잡으려 했지만, 실패하면서 결국 배터리를 분해해 물에 담그는 방식이 활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022년에는 성남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메신저 앱 카카오톡이 먹통 상태에 빠졌고, 2024년엔 화성 아리셀 리튬 이온 배터리 공장 등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경기소방 관계자는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 전기차 충전 시설,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화재 대응 매뉴얼은 마련돼 있다”면서도 이번 국정자원 화재, 판교 데이터센터, 아리셀 화재 등 사례를 빗대 “(실제 화재 발생 시)소화 약제의 내부 침투가 어렵고 연쇄폭발 등 2차 피해 가능성이 있어 화재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 화재로 국정자원을 비롯한 민·관 데이터센터 내 조성된 전기차 충전 구역 문제도 함께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도 열폭주 현상으로 인한 화재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화재 발생 시 시설 내부로 불길이 유입될 위험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도와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 집계에 따르면 도내 데이터센터는 42곳,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관공서, 민간 시설 등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은 45만3천700여개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국회의원은 8월 데이터센터는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조성 구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리튬 이온 배터리 특화 화재 진압 매뉴얼 수립, 데이터센터 인접 전기차 충전 시설 조성 제한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특수성을 반영한 화재 진압 매뉴얼이 아직까지 없어 피해를 일시에 막지 못하고 있다”며 “배터리 화재에 특화된 대응 체계와 장비 도입이 시급하며 국가 중요시설, 민간 데이터센터 등에는 전기차 충전 구역 설치를 제한하는 등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중요 시설의 리튬 배터리 취급 기준과 화재 대응 매뉴얼을 강화하는 한편, 전기차 충전 구역 설치 기준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날 오후 8시20분께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배터리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발생 10시간여만인 이날 오전 6시30분께 진화됐으나,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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